월가 최고의 투자은행으로 자리잡기위해 수십년간 노력을 기울여왔던 메릴린치의 숙련된 기업금융(IB)인력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의 합병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BOA와 합병을 발표한 지난해 9월 이후 적어도 18명의 IB 핵심 인력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IB는 산업 특성상 '맨파워'가 전부라고 할 만큼 인적자원의 중요성이 크다. 그런데도 BOA는 메릴린치 출신의 IB인력 유출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메릴린치와 BOA는 ‘가는 길’이 다르다는 것.
이처럼 BOA가 메릴린치의 핵심인 IB를 방치하다시피 하자 합병하는 과정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2조3000억원 규모의 예금액을 보유한 BOA는 전통적으로 개인금융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M&A 사업부문은 2순위로 제쳐두고 있다. 이는 지난 5년간 BOA가 글로벌 M&A 순위에 12위 이상으로 오른 적이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면, 메릴린치는 5위권 밖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메릴린치 출신의 한 직원은 BOA가 거액 연봉을 받는 메릴린치 출신의 유능한 IB 인력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고 귀뜸했다. BOA는 직원의 실력보다는 자금력으로 거래를 성사시킨다는 것.
메릴린치 출신 직원들 역시 전보다 낮아진 연봉에 불만을 토로했다. 제프 카플란 메릴-BOA M&A 글로벌담당은 “메릴린치에서 일했을 때 보다 수입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모이니헌 메릴-BOA 글로벌 금융 및 웰스 매니지먼트 담당은 경쟁력을 갖췄지만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BOA 경영진들은 높은 수익을 챙기던 IB 문화에 길들어져있던 메릴 출신들이 BOA의 개인금융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차이에 대한 문제는 메릴린치와 BOA 경영진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메릴-BOA는 전 메릴 출신의 스티븐 배로노프를 글로벌 M&A 사장으로 임명했다. 또한 전 글로벌 M&A 사장인 BOA 출신 스테판 셀리그는 글로벌 IB 부사장 자리에 앉혔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