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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지갑 언제나 열리려나

소비 줄이겠다..24.0%

불황에 얼어붙은 지갑이 좀처럼 열릴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지만 불안한 경제전망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데는 여전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수도권내 거주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계의 소비인식 변화와 시사점”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대비 하반기 소비수준을 묻는 질문에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64.0%로 가장 많은 가운데 ’줄일 것‘(24.0%)이라는 응답이 ’늘릴 것‘(12.0%)이라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많아 당분간 가계 소비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소득계층별로는 다소 차이를 보였는데 월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 가구에서는 하반기 소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한가구도 없었고, ‘줄일 것’이라는 응답이 31.3%에 달했다. 월 소득 100~200만원 미만 가구에서는 ‘줄인다’는 응답이 42.6%로 ‘늘린다’(8.5%) 보다 5배가량 많았다. 다만 300만원 이상 가구에서는 소비를 늘리겠다는 응답비중이 소득에 비례해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가계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소득변동보다는 경기불안과 같은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실제로 하반기 소비를 줄이려는 가장 큰 이유로 ‘경기불안 지속’(47.5%)을 꼽았다. 두 번째로 ‘소득감소’(18.3%)가 많았으며 ‘고용사정 악화’가 15.0%, ‘가계부채 증가’가 13.3%, ‘자산가치 하락’이 5.0%로 뒤를 이었다.(기타0.9%) 앞서 2분기 가계소비를 줄였다는 응답자들 역시 ‘경기불안’(37.3%)을 가장 많이 지적해 ‘가계소득 감소’(33.8%) 보다 많았다. 이어서 ‘체감물가 불안’(18.3%), ‘가계부채 증가’(6.4%), ‘금융권 대출축소’(2.1%) 순이었다.(기타 2.1%)

이처럼 가계소비가 늘기 위해서는 경기회복이 우선인데 문제는 경기회복 시기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회복 시기에 대해 응답자의 41.8%가 ‘2010년 하반기’를 가장 많이 꼽았고, ‘2010년 상반기’가 37.2%, ‘2011년 이후’가 14.4%이었으며 ‘금년 하반기’ 회복은 6.6%에 그쳤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추경예산 편성과 노후자동차 교체시 세제지원과 같은 다양한 소비활성화 정책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별 영향없다’가 79.4%로 가장 많았고, ‘도움 된다’ 응답은 20.6%에 그쳤다.(많이 도움 1.6%, 조금 도움 19.0%)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이유는 ‘지원대상이 아니라서’가 41.1%로 가장 많았고, ‘지원규모가 작아서’가 32.2%, ‘경기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해서’가 26.7%를 차지했다.

1000만원의 여윳돈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저축’(31.6%), ‘빚 상환’(22.6%), ‘금융자산 투자’(22.4%)와 같이 소비와 무관한 곳에 사용하겠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생활비 보태기’(15.4%)이나 ‘자동차?내구재 구입‘(7.4%)과 같은 당장 소비하겠다는 응답은 합쳐서 22.8%에 그쳤다.(기타 0.6%) 소비심리가 얼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2분기 지출은 ‘외식비’(38.0%), ‘문화/레저비’(34.0%), ‘에너지비’(30.4%), ‘의복구입비’(23.4%) 등의 순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가 ‘외식비’(45.2%)을 가장 많이 줄였고, 30대는 ‘문화/레저비’(40.9%), 40~50대는 ‘외식비’(각각 40.0%, 43.5%), 60대는 ‘에너지’(46.6%) 소비를 가장 많이 줄였다고 답했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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