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대규모 감자를 결정한 기업이 코스닥 관리종목을 대거 매수하며 최대주주가 되는 일이 발생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엔엔티는 지난 25일 장 시작 전 PCB제조업체 에이스일렉트로닉스가 '단순투자' 목적으로 회사 주식 400만주를 장외매수를 통해 신규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엔엔티의 최대주주는 기존 한화기업구조조정조합1호(지분율 4.95%)에서 에이스일렉트로닉스로 바뀌게 됐다.
에이스일렉트로닉스측은 일단 투자목적이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투자'라고 못을 박았지만 엔엔티는 매년 적자경영을 하고 있는데다 이미 코스닥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여서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장외에서 인수한 주당 가격은 300원으로 200원대 후반에서 형성됐던 시세보다 비쌌다.
에이스일렉트로닉스의 재무상태를 봐도 이번 투자는 이해되지 않는다. 에이스일렉트로닉스가 639억원에 인수한 이그잼의 순자산가치가 2008년 말 기준으로 0원이 되는 등 회사는 지난해 19억원의 영업손실, 6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 3월19일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90% 감자(이후 75% 감자로 정정)를 결정하면서 주주 가치 훼손이라고 주장하는 소액주주들과도 작지 않은 소음을 냈다. 인터넷에서는 감자 반대와 회사의 경영투명화를 위한 소액주주모임 카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에이스일렉트로닉스가 사들인 엔엔티 주식 가격은 장외매수가 이뤄진 지난 19일(변동일 기준) 종가인 주당 300원, 12억원 규모다. 규모면에서 큰 액수는 아니지만 에이스일렉트로닉스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를 결정한 상황을 고려했을때 충분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다.
이에 대해 에이스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회사가 신규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근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엔엔티 지분 매입이 향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일 엔엔티 주가는 최대주주 변경 소식이 나온 직후 상한가로 직행했지만 지분매입에 대한 개운치 않은 뒷배경이 부각되면서 전일 대비 3.15% 하락한 275원에 장을 마쳤다.
한편 에이스일렉트로닉스는 최근 서울약업 인수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약업의 지분 76%를 총 70억원에 취득했지만 임직원의 임기보장 등과 관련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최근 계약해지에 대한 공문을 접수했다고 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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