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삼보컴퓨터가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워드프로세서를 둘러싼 삼보와 한컴의 인연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삼보는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 최대 PC제조 업체였다. 이같은 위치를 다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삼보가 개발한 한글 워드프로세서인 '보석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 PC에서는 한글을 표현한다는 것이 복잡한 문제로 PC마다 한글카드라는 별도 장치가 필요했다. 또한 워드프로세서라고해도 외국 프로그램을 한글화시키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한글을 표현할 수 있는 한글 워드프로세서인 보석글의 인기는 높았다.
그러나 1989년 탄생한 아래아한글은 PC에서 한글이 표현되는 역사 자체를 바꾸며 큰 반향을 불러왔다. 아래아한글은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이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김형집 씨 등과 당시 대학동아리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로 소프트웨어 자체에 완성형 한글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었다.
한글카드라는 별도 장치가 없어도 컴퓨터에서 한글을 표현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된 것. 이 아래아한글 때문에 삼보의 보석글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잊혀지는 운명을 맞게 됐다.
한글 워드프로세서로 얽힌 인연을 가진 두 회사가 20년이 지난 지금 하나의 가족이 된 것이다.
함정선 기자 m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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