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진보논객인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은 내가 만나본 정치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분이었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진 교수는 이날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그가 도덕적으로 흠집을 남긴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라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진 교수는 '[근조] 노무현 대통령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추모 글에서 과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시절 노 전 대통령이 캠프 영입을 제안했을 때 거절했던 사실과 대선후보 결정 이후 인터뷰로 만났던 경험을 소개했다.
이어 "그 후로는 만난 적이 없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부딪히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며 " 이라크 파병 때에는 '부시의 푸들'이라고 강력히 비난을 하기도 했고 (17대) 총선 때에는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는 유시민 씨와 '사표 논쟁'을 벌이기도 했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가 한나라당과 싸울 때는 그를 지원하고, 그가 진보운동과 싸울 때는 그를 비판하고 전반적으로는 그가 내세운 '개혁'의 정신이 퇴색되어가는 것을 비판하는 논조를 유지했던 것 같다"며 "아무튼 그는 진보와 보수 사이에 끼어 집권 기간 내내 낮은 지지율로 고생을 해야 했지요"라고 회상했다.
진 교수는 이어 "그에 대해 내가 마지막으로 공식적 언급을 한 것은 2007년 8월로 그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며 "다들 노무현 비난에 정신이 없던 시절, 그 일방적 매도의 분위기가 너무 심하다 싶어 그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고, 그것은 그토록 투닥거리고 싸웠던 정적(?)에게 보내는 나의 마지막 인사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과 14범도 멀쩡히 대통령 하고, 쿠데타로 헌정파괴하고 수천억 검은 돈 챙긴 이들을, 기념공원까지 세워주며 기려주는 이 뻔뻔한 나라에서, 목숨을 버리는 이들은 낯이 덜 두꺼운 사람들인 것 같다"며 "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참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흐르네요"라고 슬픔을 표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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