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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영 칼럼]주식펀드, 불로소득 수단 아니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watch@miraeasset.com>

만일 인간에게 '망각'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의 고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 난다면? 연인과의 이별의 아픔이 평생 뒷머리를 자극한다면? 아마도 온전히 삶을 살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삶에 있어 망각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기능이다.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망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결코 적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최근 주식시장이 급등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불과 몇 달전까지의 기억을 모두 잊은 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듯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져서 한참동안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그러던 것이 불과 몇 달만에 경기가 바닥을 치고 주가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물론 지금은 주식펀드에 들어갈 때가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다. 반대로 투자할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얘기 역시 아니다. 급변했던 경제 위기 과정을 겪으면서 깨달았던 교훈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경제 위기 초기 전세계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찻잔속 태풍'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위기는 전세계로 번져갔으며 극심한 침체에 빠져들었다. 이번에는 경제침체가 언제 끝날 지 모를 만큼 광범위하고 깊어서 수년간은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어느새 슬그머니 주가는 올랐고 이제는 낙관적인 전망이 시장을 부추기고 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전세계 경제는 평평해져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동시에 둥글어서 저 너머에 어떤 위험이 전개돼 올지 알 수 없게 돼 버렸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가가 오를 지 떨어질 지 예측하는 것은 무모하다. 이러한 예측에 기대어 주식시장에 뛰어 들어가는 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일 뿐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결국 실패하게 된다. 돈을 모으기 위해 수개월 수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엄격하게 저축하다가도 투자를 할때는 불과 몇분만에 결정해 버린다.

이러한 행위의 근저에는 주식펀드를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불로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주식을 통해 쉽고 빠르게 이익을 얻고 노력없이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욕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욕심이 결국 이성을 마비시키고 사실을 왜곡 시켜서 잘못된 판단으로 투자자를 이끌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뇌에서 감정을 빼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를 던져버리고 장기에 걸친 복리에 의해 수익을 얻는 자세로 주식펀드에 투자를 하는 것이 감정의 지배를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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