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전세계가 시끄럽다. 우리나라에서도 확진환자가 1명 발생하고 수십명의 추정환자가 보고되면서 국민적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신종플루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충분히 제어 가능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미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외 전문가나 단체들이 제시하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지나치게 당황할 필요 없는 5가지 이유'를 정리해본다.
1.증상이 치명적이지 않다
현재까지 신종플루 감염이 '확진'된 사망례는 전세계적으로 총 20건이다. 19건은 멕시코에서, 1건은 미국에서 발생했으며 미국 역시 멕시코에서 감염된 영아 사망례다.
백신으로 예방가능한 '계절독감'도 한 해 미국에서만 3만 6000명을 사망케 한다. 신종플루는 이 수준에 '근접'조차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증상은 두 플루가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신종플루 감염자들은 입원 치료없이 회복하고 있다.
심각한 증상은 주로 멕시코에서 발생했는데 이유는 모른다. 치료제 준비나 응급처지 능력 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확실한 것은 아니다.
2.치료제가 있으며 백신도 나온다
감염이 이루어진 후 48시간 이내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제를 복용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물론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길 우려는 있으나 현재로선 '제어 가능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타미플루를 제 때 복용할 수 있느냐인데, 이런 우려는 우리나라가 전 인구의 5%에 불과한(향후 10%) 물량밖에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10%의 물량 정도면 이번 플루 유행에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전 인구의 25%를 구비했다는 점을 들어 우리 정부의 '무대책'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으나 오히려 일본이 '과잉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백신도 곧 나온다. 짧게는 4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면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생산 능력이 있다. 우연히 올 해부터 그렇다. 제약사 녹십자가 전남 화순에 백신 공장을 완공하지 않았으면, 백신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였을 텐데 시기가 잘 맞았다.
녹십자의 생산능력은 정부가 원하는 백신 비축량 130만명분을 거뜬히 소화해 낼 수 있다.
3.개인위생으로 예방가능하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줄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큰 비용이 드는 게 아닌 만큼 사람이 많은 곳에 가야 하거나, 가까운 주변인이 독감증세를 보인다면 '써서 손해볼 일 없다'는 정도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손을 씻는 일'이다. 바이러스 감염 경로는 이렇다. 감염환자가 손으로 입을 막고 기침을 한다.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 문고리를 잡는다. 몇 분 후 당신이 그 손잡이를 잡는다. 그리고 입이나 코, 얼굴을 만져 감염이 된다.
때문에 외출시에는 되도록 공용 물건을 만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손을 충분한 시간 동안 자주, 확실하게 씻는 것이 좋다.
본인이 기침을 한다면 더더욱 무엇인가를 '만지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는 것으로 피하라 ▲ 재채기를 할 경우에는 화장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하고, 화장지를 버리고 손을 깨끗하게 씻으라 ▲미국, 멕시코 등 신종인플루엔자 A(H1N1) 인체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국가 방문한 후 급성호흡기증상(콧물 또는 코막힘, 인후통, 기침, 발열) 중 2가지 이상의 증상이 발생한 경우 검역소나 가까운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돼지고기나 돼지육가공품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신종인플루엔자 A(H1N1)에 감염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70℃ 이상 가열하면 사멸된다 등 4가지 대국민 행동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4.전세계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
4년전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 때 쌓인 노하우 때문인지 전세계 보건당국이 매우 긴밀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WHO 사무총장은 말했다.
우리 보건당국인 질병관리본부도 신속히 대책반을 꾸려 대비하고 있다.
5.안정화 단계에 들어갔다.
현재 시점에서 바이러스 내성, 변이를 통한 백신 무력화 등은 예측하기 어려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또 곧 계절독감 시즌을 맞는 남반구에 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은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로 정리된다. 멕시코 다음으로 감염환자가 많은 미국에서도 사망례가 더이상 추가되지 않고 있다. 멕시코, 미국을 제외하면 사망환자가 전혀 없다.
근원지인 멕시코의 보건수장은 "신종플루가 하강 단계에 이르렀다"고 공식적으로 말했다. WHO나 한국정부도 위기단계를 격상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