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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물길 따라] 4.광주 왕동저수지

본량들 적시는 생명수..시민쉼터로도 각광

광주 광산구 왕동 용진산 서쪽 왕동저수지(旺洞貯水地)는 높은 산골짜기에 고즈넉히 자리한 넓은 못이다. 얼핏 우리나라지형(地形)을 닮은 호숫가에 아늑한 마을과 전원(田園)이 펼쳐지고 이곳 유명산인 용진산과, 명물인 오골계를 삶아 파는 가게도 몇집 있으니 도시인(都市人)들이 하루의 행락(行樂)을 즐기기에 알맞는 곳으로 탈바꿈, 행락객들을 맞고 있다.
 
80년전 수리사업..908톤 담수
광주 광산구 본량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용진산 방향으로 43번 광역시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왕동저수지가 보인다. 1928년 준공된 이 저수지는 908톤의 물을 담고 있으며, 저수지를 이용하는 논의 면적을 일컫는 몽리면적은 본량들 200ha다.

용골에서 발원한 여미골 물을 더해 원당마을 앞에서 고개미골 물을 보태 왕동저수지로 들어간다. 방죽밑 기구마골을 남동류하여 석계마을을 지나 명자굴들을 거쳐 본량동주민자치센터가 있는 남산동 평촌을 지나 남동류하면서 들판을 흐른뒤 황계마을 남쪽에서 황룡강으로 들어간다.

이같은 소유역의 배수는 개천, 농수로 등을 통해 이뤄지고 평소에는 건천의 형태로 있다가 강우 시에 물길을 형성하고 있다. 왕동저수지가 준공되기 전까지 이곳에는 이 물길에 따라 마을이 형성됐고, 이 물에 의존해 논밭을 경작했다.

기본적으로 빗물에 의존하다보니 상류에 이는 논에서 물을 내려보내지 않으면 아랫마을에서는 물 부족현상이 심각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곳에는 '무제'라는 기우제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주민들에 따르면 가뭄이 들 경우 동네 사람들은 용진산 석봉과 태봉에 올라 제를 지냈다고 한다.

이를 '무제'라고 일컫는데 비용은 추렴을 통해 마련했으며, 여자를 제외한 동네사람들이 모두 올라가 제를 지냈다. 제를 지낸 후에는 산 주위의 생솔가지를 모아 불을 놓으면 시커먼 연기가 하늘 높이 올라가 먹구름이 되도록 했다. 이 검은연기를 따라 비구름이 몰려왔고 장대같은 비가 쏟아졌고 제를 지낼 당시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삼일안에 꼭 비가 내렸다고 전했다.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마을 뒷산의 묘를 팠다는 속설도 전해지고 있다. 농업이 삶의 전부였던 시절, 그런 삶의 혈액과 같은 존재였던 물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엿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왕동저수지가 들어서면서 이 일대 삶의 방식도 다소 변화가 생겼다.

일제는 조선의 토지 확보와 수확량증대를 위해 일본인 농업기업가를 이용하여 광범한 토지를 침탈하는 한편 수리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다. 그 일환으로 보이지만 1928년 설립된 본촌수리조합은 260ha 규모의 광대한 면적의 수리조합 공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본촌수리조합은 일제가 아닌 민간인이 설립을 주도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공사 준공까지 문제도 많았지만 적지 않은 우리 농민의 희생 위에 성사된 이 공사는 농업을 위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저수지가 준설되면서 수로를 따라 형성돼 있던 농토는 물에 잠기게 됐고, 농사 지을 땅을 잃은 일부 농가들은 땔나무를 내다팔아 생계를 꾸려갔다.

왕동경로당에서 만난 주민들은 저수지가 들어서기 전에는 80호가 살고 있었는데 이후 가구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후 땔나무를 내다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농가도 적잖았다고 옛일을 더듬었다.

물론 나무꾼의 대다수는 그 곳의 가난한 농민들이다. 땔감이 될 만한 나무를 찾아 이 산 저 산을 들쑤시고 다녔고, 그렇게 마련한 땔감을 한 짐 가득 지고 다시 산길을 넘었다. 이 곳에서 나온 땔나무는 주로 장성 사창시장과 송정시장 일대에 공급됐다.

하지만 1930년대 중반, 광주에서 땔나무 한 짐을 팔아 챙길 수 있는 돈이란 고작 비누 두 장을 살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고, 고무신 한 켤레를 사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이런 삶은 60년대 이전까지 지속됐다. 연료용재 남벌로 황폐화된 조림은 60~70년대 인위적으로 조성됐지만 조림의 황폐화는 또 다시 물 부족을 일으켰다.

1967년과 68년 그 해 한반도 남부를 덮친 전대미문의 끔찍한 한해가 찾아오면서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물 부족 현상은 저수지 준공 이전으로 돌아갔고, 1976년 장성댐이 만들어진 뒤 장성호에서 물을 유입받기 시작하면서 저수지의 수량은 지금처럼 넘실거렸다.

그러나 장성호의 유입은 저수지의 생태계에 어두운 그늘도 드리웠다.
가물치,잉어,붕어, 민물 새우 등 다양한 토종 어종이 서식했던 이 저수지의 수산자원은 불루길과 배스 등 외래어종의 서식지로 바뀌고 말았다. 광산구청에서 외래어종 퇴치를 위한 낚시대회를 이 곳에서 개최할 정도다.

지난 2004년 광산구청에서 왕동저수지 주변을 수변공원으로 조성하기위한 왕동권 도시공원조성사업 기본계획수립 지구로 지정은 했지만 개발계획은 현재 수면아래에 가라앉은 상태다.

비바람 등 자연현상에 할퀴고 가뭄에는 바닥을 드러내는 수치를 겪기도한 왕동저수지는 80여년이라는 세월동안 농사를 짓는데 혈액과 같은 용수를 가두고 흘러보내온 관개시설이다. 왕동저수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전남본부는 저수지 제방 중 '물넘이'를 정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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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정사 등 문화유적 풍성
농업에 기반을 둔 경관이 지배했던 왕동저수지 주변은 용진산 등은 조선시대 개국공신은 물론 한말의병 활동의 본지로도 유명하다.그만큼 이 일대에 문화적 가치가 있는 유적이 산재해 있는 까닭이다.

한말의병들의 전적지로 꼽힌 용진산은 본량과 임곡을 나누는 경계에 있는 산으로 이름 그대로 들녘에서는 드물게 겹겹으로 포개져 있는 높은 산이다. 그 안에는 동굴과 폭포가 있고 조선조 개국공신 삼봉 정도전 선생이 전국을 두루 돌면서 이산의 빼어난 경치에 빠져서 산사(지금의 용진정사)에서 며칠을 머물고 갔다하니 그윽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산은 일제강점기 때 전국에서도 이름있는 금광이 있었던 곳으로 그로 말미암아 신임곡 일대는 작은 도시형태를 이뤄 번창할때가 있었다.

특히 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가학정(駕鶴亭)가는 길목의 깎아지른 암벽에 새겨진 미소 짖는 자비로운 얼굴의 석가모니여래상도 무척 인상 깊다. 소금강(小金剛), 불당일월(佛堂日月), 용진수석(聳珍水石) 등 일필휘지에서 선인들의 해학과 풍류를 엿볼 수 있다.

용진정사는 용진산 남쪽 깊숙한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으며, 후석 오준선이 후학을 가르치던 교육기관유적이다.

중국매화, 치자나무, 벚나무의 울창한 숲이 우거진 이 산의 남쪽 골짜기에 자리한 용진정사는 조선 말 대학자이며 애국지사인 후석 오준선이 국난과 속세를 떠나 후진을 양성했다.

기암괴석이 자연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이곳은 광산, 나주 출신의 한말 의병들의 근거지로, 면암 최익현과 전해산, 김태원, 오상렬, 오성술 장군 등 쟁쟁한 의병장들이 구국의 일념으로 오준선과 항일전략을 세우고 의논했던 곳이다.

왕동의 유래
왕동(旺洞)이란 명칭도 용진산을 비롯한 이 지역의 산봉우리가 용처럼 솟아나며 왕동저수지 주변을 떠받들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빛이나고 번성할 마을'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이 마을은 조선후기 나주군 적량면에 속한 지역으로 1910년 함평군에 편입되었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원당리, 왕산리, 내동리 등의 일부을 합해 본량면 왕동리가 되었다.

1949년 광산군에 편입된 뒤 1988년 광산구가 신설되면서 광주광역시 광산구 왕동으로, 95년에는 광주 광산구 왕동이 된 후 왕동은 법정동으로 행정동인 본량동 관할하에 있다. 동 이름은 왕산리와 내동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광남일보 양동민 기자 yang00@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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