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에 걸린 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였다면 자살 했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신을 고의로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보험 규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사례로, 앞으로의 유사 사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임채웅 부장판사)는 J보험사가 조모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해양경찰청 직원으로 근무하던 조씨는 수년 전 식도암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이어왔으나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음식물 섭취가 곤란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조씨는 이후 추가 검사를 통해 '식도암이 4기까지 진행 됐으며 암세포가 폐와 간 등으로 번졌다'는 진단과 함께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추가 치료를 포기하고 지난해 4월 퇴원한 뒤 집 근처 병원에서 고통을 줄이는 보존적 치료만을 받던 조씨는 결국 같은 해 6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씨가 사망한 뒤 가족들은 그가 공무원 단체 보험에 가입된 사실을 알고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보험사가 '자살 ·자해 등은 보험금 지급이 안 된다'는 면책 사유를 들어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자살의 경우 스스로 손해를 발생시켜 이를 타인에 전가하는 것으로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씨의 질병과 사망 사이에 사회적·법적 인과관계가 있고 그가 극심한 통증과 우울증 등으로 인해 자살에 이르게 됐다"며 "이같은 경우에는 보험사의 면책 규정이 배제된다 할 것"이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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