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제한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 썰렁하기만 하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내 놓은 세제 혜택이 미분양 주택에만 집중됐기 때문이다.
지난 18일부터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이 지역에 따라 2년씩 줄어들면서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권 매매가 즉시 가능해졌다.그러나 양도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미분양 주택에만 적용되다 보니 분양권 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23일 수도권 일대 공인중개소들에 따르면 이미 분양 계약을 마쳐 양도세 감면 혜택이 없는 기존 분양권 시장은 지난해 말 이후로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
실례로 인천 청라지구는 최근 과밀억제권역에서 해제되면서 전매제한 완화의 혜택이 커졌다. 85㎡ 초과 주택의 경우 분양한 지 1년만 지나면 바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지고 85㎡ 이하는 3년이 지나면 팔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말 분양됐던 청라 'GS 자이'와 '중흥 S-클래스' 85㎡ 초과 주택의 경우 즉시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졌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지면 매도자들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를 높이기 마련이지만 청라지구 분양권 시장은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청라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청라 16블록 '중흥 S-클래스' 166㎡의 경우 분양가(6억5000만원) 보다 3000만~4000만원 저렴한 6억원 초반때에 매물로 나와 있다"면서 "양도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미분양 물량에 집중돼 있는데 누가 분양권에 관심을 보이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내년 6월 입주 예정인 청라 21블록 'GS 자이' 147㎡의 경우도 분양가(5억9000만원) 보다 1000만~2000만원 가량 싸게 나와 있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분양 대박을 이어 온 송도쪽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한때 1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송도 '자이 하버뷰', '포스코 더샵 퍼스트월드' 등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현재는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으며 이마저도 매수자들과의 호가 차이가 커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송도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7000만~9000만원 사이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긴 하지만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호가가 커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파주시 교하신도시의 대부분 중대형 아파트들도 분양권 전매가 바로 가능해졌지만 거래가 단절된 지 오래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교하 '두산 위브' 157㎡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분양가(5억1000만원)보다 2000만~3000만원 가량 낮게 나온 분양권 물량 아직까지 매물로 쌓여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분양 주택을 계약하는 것이 기존 분양권을 사는 것보다 훨씬 유리해졌는데 누가 분양권을 찾겠느냐"며 "몇몇 단지는 분양가보다 20% 이상 싸게 분양권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분양했던 아파트도 전매제한 기간(1년)이 올해로 끝나면서 분양권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분간 시세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정부의 세제 완화 정책이 분양권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향후 주택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건설사로부터 분양권을 최초로 계약한 사람만 허용돼 이미 한 차례 계약이 이뤄진 분양권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분양권 매매 시장은 당분간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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