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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폼나는 20대? 속은 곪아간다

[20대 그래도 희망을 쏜다] <3>전문가 불안감에 떨지말고 자신감을 가져라

# 이은영(가명, 26세)씨는 요즘 한가지 일에 집중하기가 너무 어렵다.
책을 펴고 앉았다가도 갑자기 설거지거리가 눈에 밟혀 싱크대 앞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오만가지 걱정에 사로잡혀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도 부지기수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재수와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갈등하다 학문의 길을 선택한 그는 지난 하반기 기업 공채에서 30여 차례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당시 극심한 스트레스로 폭식과 구토를 거듭해 몸도 많이 상했다.

유례없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치솟은 2009년 3월, 대한민국 20대의 정신건강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황이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우울증세뿐 아니라 자아존중감이 극도로 위축돼 대인기피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불안한 20대..어두운 청춘=20대 젊은이들은 하루하루를 '불안감'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영어성적, 인턴십, 학점 등의 조건을 갖추려 백방으로 노력해 봤지만 불황으로 굳게 닫힌 취업문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

이은영(가명, 26세)씨는 "6년에 이르는 대학생활 내내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원하는 곳에 취직은 될 것'이라 믿고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마지막 학기 3개월여간 30곳에 이르는 기업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나니 너무 허무하고 모든 일에 앞서 '실패'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정승현(가명, 27세)씨는 '만성 우울증 상태'라고 본인을 표현했다. '방송사 PD'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학 생활을 충실히 해왔지만 거듭되는 실패로 자꾸만 무기력해 진다는 것.

정씨는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며칠 째 계속되고 있다"며 "책을 읽거나 길을 걷다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문득문득 불안해지고 나만 이렇게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들어 가는 것 아닐까 비관적 생각만 떠오른다"고 전했다.

수많은 갈림길을 앞에 두고 어떤 길로 들어서야 할 지 아직도 고민 중인 20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행정고시 준비로 2년 휴학 끝에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김경아(가명, 27세)씨는 "고시 준비를 접은 후 뭘 하면서 살아가야 할까 계속 탐색 중"이라며 "일단 대학원 진학을 준비중이지만 확신이 서지 않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남모를 속앓이..속병도 부지기수=남모를 속앓이가 깊어지다보니 정신 건강이 급속히 악화돼 사회생활이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른 20대 젊은이도 상당수다.

통계청 사회통계국 사회복지통계과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충동이 있었다고 대답한 20~29세의 젊은이 중 23.9%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22.9%는 직장문제를 자살충동의 이유로 꼽았다. 다른 연령대에서는 직장문제를 꼽은 비율이 10% 미만인데 비해 20대에서는 20% 이상으로 나타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의 고통을 짐작케했다.

김정환(가명, 29세)씨는 요즘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고향의 부모님이 전화를 걸어와도 받지 않는다. 아직까지 취직하지 못한 자신을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만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른이 다 되도록 취직도 못하고 졸업을 연기해가며 등록금과 용돈조로 부모님께 아직도 손을 벌려야 하는 것이 너무도 한심하게 느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복잡한 현실을 피해 온라인 게임이나 쇼핑 등에 빠진 경우도 있다.

최상진(가명, 27)씨는 대학 졸업 후 수년 째 하루의 대부분을 온라인 게임으로 보낸다. 졸업 무렵 S은행에 계약직으로 합격했던 그는 더 좋은 일자리에 대한 욕심에 과감히 입사를 포기했지만 지금은 너무도 후회스럽다.

최씨는 "허송세월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지금은 대학원을 졸업한다해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란 생각에 우울하고 무기력하다"며 "그나마 온라인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근심걱정을 잊을 수 있어 빠져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을 오랜 시간 하고 나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건가' 자괴감이 들지만 어느새 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고 덧붙였다.

◇연장된 사춘기..보류된 '어른되기'=많은 20대 젊은이들이 부모나 사회의 기대와 본인들의 현실이 다르다는 점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20대 그래도 희망을 쏜다] 외로움 소외감에 빠진 20대..취업난에 외부와 단절까지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대학을 마치면 으레 취직을 하고 자리를 잡아 '어른 구실'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실제 20대들에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기 때문.

김경아(가명, 27세)씨는 "이 나이에도 갈 길을 정하지 못한 나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며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진태원 메티스 신경정신과 원장은 20대의 대부분이 '늦은 사춘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원장은 "사춘기 때 주체성이 확립되고 본인이 뭘 위해 어떻게 돈을 벌지에 대해 고민이 이뤄져야 하지만 요즘 20대는 입시 압박으로 대학 진학 이후에 사춘기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가뜩이나 경제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경제적 독립이 늦춰져 20대의 '어른되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진 원장은 "과거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무리없이 직업을 얻고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요즘은 군대를 다녀오고 석박사를 마쳐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점차 성인이 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20대의 혼란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
특별취재팀=팀장 조영훈 금융부장 팀원 김효진 박소연 박충훈 박형수 안혜신 오현길 임혜선 김경진 김보경 김준형 김철현 나주석 박현준 오진희 이솔 조해수 최대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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