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회장이 올해 내내 경제가 휘청거릴 것으로 전망했다.
버핏은 28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올해 경제가 내내 휘청거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나 이것이 증시의 등락 여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찰리 멍거(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는 수익이 나는 해와 그렇지 않은 해를 미리 예견할 수 없으며 이는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서한에서 미국 정부의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조치에 대해 "경제처방이 예전에는 컵 단위로 조제됐다면 최근에는 배럴 단위로 조제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이같은 규모는 인플레이션과 같은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 버크셔, 17년 만에 처음으로 5분기 연속 순이익 하락
서한은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실적도 발표했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클래스A와 클래스B 주식은 모두 주당 순자산이 9.6% 하락하며 최악의 해를 기록했으며 투자 및 파생상품 손실은 75억 달러에 달해 버크셔 헤서웨이의 순이익은 지난해 62% 하락했다. 서한은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순이익은 49억9000만달러, 주당 3224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톰슨 로이터의 사전 조사치인 주당 순이익 5534.50달러를 크게 밑돈 수준이다. 2007년에는 순이익 132억1000만달러, 주당 8548달러를 기록했었다. 지난 4·4분기 순이익은 1억1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6%나 추락했다. 이는 17년만에 처음으로 5분기 연속 순이익 하락을 기록한 것이다. 주당순자산은 7530달러로 전년대비 9.6% 하락했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당순자산이 하락한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클래스A 주가는 지난해 44%가 떨어졌고 최근에는 5년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 "지난해 투자 어리석었다"
워렌 버핏은 서한에서 "지난해 나는 투자에서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지난 1999년 자신의 자산 배분에 대해 'D학점'을 주는 등 그동안 솔직하게 과오를 인정해 온 버핏은 이번 서한에서도 이같은 태도를 보여줬다.
그는 특히 석유와 가스 가격이 거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당시 코노코 필립스의 주식을 대량 매입한 것을 단적인 예로 들면서 "에너지 가격이 하반기에 그처럼 극적으로 떨어질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40~50달러 수준보다는 훨씬 더 오를 것이라는 데 대한 믿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비록 유가가 오른다 해도 내가 가장 좋지 않은 시점에 매입했기 때문에 회사에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입히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와 함께 2억4400만달러로 아일랜드 은행 2곳을 인수해 결국 89%의 손실을 낸 실수도 인정했다.
다만 제너럴 일렉트릭 주식 매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향후 투자 전략과 관련해 버핏은 "최근 보유 주식과 채권의 가치가 많이 떨어지긴 했으나 회사가 그로 인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격이 낮을 때 질좋은 제품을 사야 한다. 만일 우리에게 여력이 있다면 오히려 이같은 하락을 누려야 한다"며 공격적 투자 전략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 정부 경제 조치 후유증 우려
버핏은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에 대해 "그 규모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면서 "인플레와 같은 후유증이 필연적으로 동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주택시장의 방향에 대해 그는 "주택시장 거품 붕괴의 악영향이 현재 미국 경제의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다"면서 "주택구매시 적어도10%를 선납토록 하는 등 실제 구매능력이 있는 이들에 대한 매매가 이뤄져야 한다. 사람들을 집에 붙잡아두는 그런 정책은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지만 주요 정책목표가 돼서는 안된다"며 현재 주택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버핏은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즉각적인 정부의 행동은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하는 것을 막는데 필수불가결했다"며 정부의 구제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버핏의 연례서한은 시장이 문을 닫는 토요일에 발표되지만 그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그 다음주 증시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곤 했다.
송화정 기자 yeekin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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