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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자본수혈로 구조조정 '가속화'

은행들 여전히 '관망'...실제 효과는 미지수

사실상 전 은행권이 '준공적자금' 성격인 자본확충펀드 지원을 받게 되면서 실물경제 지원과 기업구조조정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당장 3월말로 예정된 건설·중소조선사 2차 구조조정과 4월말 44개 대기업그룹 재무평가시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부담을 덜고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도만 배정받아놓고 사용여부는 관망하겠다는 은행들이 적지 않아, 자본확충펀드가 실물 지원과 구조조정의 '촉매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은행들이 기조적인 금리 하락추세에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추가 발행해야한다는 점에서 '역마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 은행권 참여로 '가닥'

금융위원회는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자본확충펀드를 1·2차로 나눠서 운용키로 했다. 1차때는 은행별 자산규모에 따르 그룹화하고, 중소기업 지원실적 등을 감안해 총 12조원을 배정한다.

자산규모는 총 4개 그룹으로 구분됐다. 자산 200조원 이상인 국민ㆍ우리ㆍ신한은행은 각 2조원씩, 자산 140조원 이상인 하나ㆍ기업ㆍ농협은 1조5000억원씩 최대한도가 부여된다. 자산규모가 50조원에서 140조원 사이인 외환ㆍ씨티ㆍSC제일은행은 1조원, 50조원 미만인 수협과 지방은행들은 3000억원씩 한도가 배정된다.

2차 지원은 각 은행들의 실물경제·구조조정 지원과 외화조달 실적 등을 연계해 한도를 설정해준다. 이같은 자본확충펀드 배정방식은 은행들에게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주는 셈이 된다. 특정 은행만 자본확충펀드 지원 신청을 할 경우 '부실은행'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은행권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이다.

이에따라 은행들은 각각 한도를 받아놓은 뒤 자본확충이 필요할때마다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후순위채·우선주 등을 발행하고, 펀드가 이를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자금이 지원된다. 한국은행의 출자금이 주된 재원이 되기 때문에 시중에서 은행들이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는 조달금리가 낮아진다.

◆구조조정 탄력 받을 듯

은행들은 자본확충펀드 지원을 계기로 기업구조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도 자본확충펀드의 조성목적에 대해 "은행권 스스로 실물경제 지원과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수 있도록 자본여력의 후선 보강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우선 건설·중소조선사 구조조정과 관련, 지난 1차 평가에서 제외된 업체에 대한 2차 신용위험평가를 3월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건설ㆍ중소조선사에 이어 해운업종의 구조조정도 예정돼 있다. 지난 1차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은행들로서는 자본확충펀드 지원 이후 첫 평가무대가 되는 셈이다.

5월부터 본격화될 대기업 구조조정도 은행들이 넘어야할 산이다. 은행들은 4월말까지 44개 대기업계열의 작년말 기준 재무구조 평가를 실시해 불합격 그룹을 중심으로 자산매각ㆍ계열사 정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은행권, 실제 사용 여부 미지수

정부가 3월부터 1차로 1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은행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할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자본확충펀드를 사용했을 때 경영권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자본확충펀드 한도 배정을 받기야 하겠지만 막상 사용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떤 형식으로든 경영 간섭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자본확충펀드 지원받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해야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대출금리가 4~5%로 내려가고 있는 반면 신종자본증권 등의 조달금리는 이보다 높을 수 밖에 없어 역마진 고통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등을 추가로 발행하는 것은 은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한도를 받아놓는다고 하더라도 필요할 때가 아니면 실제로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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