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KTF의 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주들의 매수청구권이 막판 변수로 떠오를 조짐이다.
KT와 KTF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주들이 무더기로 주식을 내다팔 경우, 자칫 합병이 무산되는 최악의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KTF와의 합병 추진 직후 KT 주가가 4만원 초반까지 치솟았으나 지금은 3만5000원대로 떨어져 합병 발표 때 제시했던 매수청구가격(3만8535원)을 밑돌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KT-KTF는 정부의 합병 승인을 전제로 다음달 Ⅵ27일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한 뒤 주총 후부터 4월16일까지 합병에 반대하는 기존 주주들로부터 매수청구를 받는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매수청구 금액이 KT 1조원, KTF 7000억원을 넘을 경우에는 합병 추진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KT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특히 기존 주주들이 대규모로 주식매수 청구권을 신청할 경우, 합병 무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성종화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대규모 주식매수청구대금을 부담하고 합병을 강행하더라도 합병법인의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자칫 막대한 자금의 주식매수 청구대금이 부담돼 합병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재 KT의 전체 주식 수는 2억7350만주이며, 이 가운데 KT 자사주와 씨티은행의 ADR(미국예탁증권)을 제외하면 주식매수청구 물량은 1억1420만주 가량에 이른다.
황성진 푸르덴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KT와 KTF의 주가 하락은 정부의 합병 승인과 인가 조건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며 "정부 방침이 확정돼야 합병 성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소식통은 "KT가 이달 말 발행하는 3000억~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주식매수 청구에 대비한 자금조달용"이라며 "KT가 주주들의 주식매수 청구에 대비해 자사주 매입 확대, 우호 대주주의 추가지분 확대 요청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용선 기자 cys46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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