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부자(父子) 브리티시오픈 '8승 합작', 아마추어 명가는 부시 전 미국대통령
"골프도 혈통이 중요하다(?)"
골프는 축구와 야구 등 다른스포츠와 달리 아버지와 아들이 프로무대에서 함께 경기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거뜬히 경기에 출전할 수 있고, 우승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날 동시에 우승한 엄청난 진기록도 있다. 1999년 밥 듀발(미국)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니어투어 에머랄드코스트클래식에서, 아들 데이비드 듀발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각각 우승해 사상 최초의 '부자(父子)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소문난 '골프가문'은 어디일까.
▲ 세계 최강은 '모리스 가문'= 지구촌을 통틀어 최고의 '골프명가'는 당연히 톰 모리스 집안이다. 골프채 제작자이자 위대한 선수였던 톰 모리스 부자는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에서 무려 여덟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아버지 모리스 시니어가 먼저 1861년과 1862년 '대회 2연패'에 이어 1864년과 1967년 등 2승을 더해 4승을 수확했다.
아들 모리스 주니어는 그러자 1868년 아버지의 우승에 이어 곧바로 1868년부터 1870년까지 '대회 3연패'를 일궈냈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회 4연패를 합작한 셈이다. 모리스 주니어는 1872년 1승을 더해 아버지와 똑같이 '4승 챔프'에도 등극했다. 모리스 주니어가 24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만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더 큰 업적을 남겼을 것이다.
▲ 우리는 '질 보다 양'= 숫적인 면에서는 지난해 쉬라이너스호스피탈스포칠드런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마크 터니사(미국) 가문이 단연 압도적이다. 할아버지 마이클이 PGA투어 통산 6승, 작은 할아버지 조는 15승을 거두는 등 할아버지 7형제 중 6명이 프로골퍼로 활동했다. 아버지 마이클 2세. 삼촌 조 2세와 지미도 골프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했다.
'마의 스코어'인 59타를 처음 작성한 알 가이버거(미국)는 브렌트 가이버거가 PGA투어에서 통산 2승을 따내며 아버지의 명예를 이어갔다. 브렌트의 형 존은 1997년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골프챔피언십에서 페퍼다인대학의 코치를 맡아 팀의 우승을 이끌어낸 명장으로 활약했다.
▲ 아버지는 코치, 아들은 위대한 선수= 물론 '위대한 피'를 물려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천재성을 발휘한 것은 아니다.
그 유명한 잭 니클로스(미국)의 아들 게리는 2000년 PGA투어에 입성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5승 챔프' 자니 밀러(미국)의 아들 앤디도 2003년 잠시 활동하다 사라졌다. 토미 아머 3세(미국)는 3대째 프로골퍼의 길을 걷고 있지만 메이저 2승을 이룩한 할아버지와는 격차가 컸다.
하지만 평범한 티칭프로가 아들을 '빅스타'로 키워낸 경우는 많았다. 통산 20승의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와 3승의 리치 빔(미국)은 티칭프로인 아버지에게서 골프를 배웠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아버지 얼 우즈 역시 프로는 아니지만 아들을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최고의 스타로 육성했으니 명코치였던 셈이다.
▲ 아마추어 최고는 '부시가문'= 아마추어 최고의 '골프가문'은 놀랍게도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 일가이다. 부시의 아버지인 41대 대통령 조지 H. 부시의 외할아버지인 조지 허버트 워커와 부친인 프레스코트 셀든 부시는 미국 골프의 본산지인 미국골프협회(USGA) 회장까지 역임했다.
프레스코트 셀든 부시는 실력도 수준급이어서 케네스 벙크포트의 케이프아룬델골프장에서 8번이나 클럽챔피언에 등극할 정도였다. 이로인해 조지 H. 부시는 일찌감치 골프를 접했고, 핸디캡 11의 실력을 앞세워 18홀을 2시간에 주파해 초고속라운드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역시 이런 혈통을 이어받아 핸디캡 15로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서는 고수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 국내 최고의 '골프명가'는= '부산의 터줏대감'인 김석봉(65) 집안이 으뜸이다. 큰형인 김석봉 외에 동생인 석근(62), 석합(60), 석종(55), 석노(50) 5형제가 프로선수다. 김승학(62) 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은 형인 승만(70)이 프로골퍼, 동생 성호(51)가 성균관대학교 골프부 감독이다. 곽창환(66) KPGA 경기위원장과는 사돈관계다. 곽 위원장의 조카인 곽흥수(55), 곽유현(48)도 프로선수다.
현역 중에서는 '승부사' 최광수(49ㆍ동아제약)가 지난해 아들 형규(22ㆍ동아제약)와 함께 동반출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허석호(36ㆍ크리스탈밸리)와 장익제(36ㆍ하이트맥주), 김경태(23ㆍ신한은행) 등은 티칭프로인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운 케이스다. 여자 무대에서는 구옥희(53)와 조카 구현진(29)이 대를 이었고, 김순미(45)- 순영(38), 선유정(27)- 승효(23), 윤소원(32)- 소정(30) 등 주로 '자매골퍼'가 많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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