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매년 발간하는 '경제백서'가 지나치게 치적(治積)위주란 비판이 제기돼온 가운데 또 다시 자화자찬식 경제 인식을 담은 '2005년 경제백서'가 발간됐다.
경제백서는 정부의 잘한 점을 홍보하는 자료가 아니라 객관적인 거시 및 미시 지표를 토대로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진단한 뒤 향후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기본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제작되는 것인 만큼 정부의 이런 자세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는 17일 발간한 '2005년 경제백서'에서 민간전문가들이 한국경제 상황에 대한 잇단 경고음을 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경제가 정상궤도로 복귀했다'는 종합평가를 내놓았다.
권오규 부총리는 발간사를 통해 "우리경제는 지난해 1분기 2.7%성장한 이후 서서히 회복돼 4분기에는 5.3%성장하는 등 잠재수준의 성장궤도로 복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무리한 경기부양없이 원칙에 입각해 경제를 운용한 결과로서 자생력있는 경기회복 기반이 마련된데 큰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성공적인 정책으로는 재정의 조기 집행, 공기업 투자 확대, 생계형 금융채무 불이행자 대책, 중소기업 금융지원체계 개편, 8ㆍ31부동산 제도 개혁 방안 등이 제시됐다.
경제 각 부분의 구조조정과 시스템 선진화 노력도 강화했다는 자평도 이어졌다. 금융규제개혁 및 자본시장 관련 통합법률의 제정, 경쟁시스템 구축, 노사관계의 선진화 노력,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국유지 관리제도 혁신방안 마련 등이 노력으로 예시됐다.
권 부총리는 "동북아 금융ㆍ물류허브 육성을 위한 제도적기반 구축, 주요 국가들과의 FTA추진 등 선진형 통상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칭찬했다.
그러나 다른해와 마찬가지로 '2005 경제백서'엔 경제백서에 꼭 들어가야할 '자기 반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권부총리는 "우리 경제에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모든 경제주체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가운데 혁신역량을 배양해 나간다면 선진경제로 진입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산적한 과제로는 교역조건 악화 등에 따른 국민들의 체감경기의 부진, 경제 성장세의 둔화 등 활력 저하, 양극화의 심화. 저출산ㆍ고령화 등이 지적됐다.
권 부총리는 또한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이번에 정부가 낸 경제백서도 "세계화와 정보화 등에 따라 경제 양극화 현상이 진행돼왔고 경기 부진 등 영향이 더해지면서 2003년 이후 저소득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됐으며 지니계수나 소득 5분위 배율 등 분배지표가 악화됐고 계층별로는 중산층이 줄어드는 대신 저소득층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권 부총리는 "이들 과제들이 어렵기는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과제는 아니다"며 "동반성장 전략을 기본적인 정책기조로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추진 과제로는 일자리 창출 노력 배가, 기업환경의 획기적 개선,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노력 강화, 성장 모멘텀의 확산, 한미 FTA추진, 민생경제의 안정을 위한 근본적 처방과 대책 마련 등이 제시됐다.
'백서'란 정부가 국민들에게 특정 분야의 정세를 세밀하게 조사ㆍ분석해 정부의 공식적인 의견을 담아 발표하는 보고서로 '경제백서'는 지난 한햇동안의 경제정책 및 경제상황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백서가 구성이나 내용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잘된 일만 적극 알리는 '홍보지'수준이란 지적을 받아온 데 반해 1998년 말 일본경제기획청의 미니 경제백서는 '거품경제' 붕괴 후의 정책실패에 대한 잘못을 고백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염지은기자senajy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