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면 끝난 거 아니야?' 포기했는데…뇌 연구가 내놓은 뜻밖의 답[실험노트]

英케임브리지대 연구진, 대규모 뇌 MRI 분석
"뇌 네트워크 효율성 32세 전후 전환점"

편집자주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실험 데이터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읽어봅니다.

"너 아직 전두엽 덜 자랐잖아."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을 조금만 둘러보면 쉽게 마주치는 문장입니다. 충동적인 선택을 했을 때, 감정 조절에 실패했을 때, 혹은 인생이 아직 정돈되지 않은 듯 느껴질 때 등장하는 일종의 '과학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입니다. 전두엽은 계획, 의사결정, 판단, 감정 조절 등 고차원적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이 같은 밈의 배경에는 "뇌는 25세에 완성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25세 미만이 저지른 실수나 미숙함을 이해해주는 설명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25세 이후에는 더 이상 변명할 수 없는 나이라는 압박이 됩니다. 서른을 넘긴 순간 '이미 늦었다'는 생각에 아차 하게 되고, 새로운 도전조차 망설이게 됩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생물학적 나이와 사회적 나이의 간극이 느껴집니다. 지난해 한국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대졸 신입사원의 적정 나이 및 마지노선 나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생각하는 신입사원의 평균 적정 연령은 남성 30.4세, 여성 28.2세로 나타났습니다. 적어도 20대 후반이 돼야 1인분 몫을 하는 성인이 된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사회는 20대 중반 즈음부터 이미 '다 큰 어른'이라는 기준을 들이밉니다. 부담은 자연스레 개인의 몫이 됩니다.

"뇌, 32세까지는 청소년기"

최신 뇌과학 연구는 25세에 뇌가 완성된다는 통념이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발표된 대규모 뇌 영상 분석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대 영국의학연구위원회(MRC) 인지 및 뇌과학 연구소 연구진은 영아부터 90대까지 약 4200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특정 뇌 부위의 크기 변화가 아니라 서로 다른 영역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돼 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뇌 네트워크 효율성은 약 32세 전후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맞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9세부터 32세까지는 뇌 연결망이 활발히 재구성되는 구간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뇌의 청소년기(adolescent period)'라고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청소년기는 생물학적 미성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를 뜻합니다.

이 시기 뇌는 두 가지 네트워크 특성이 동시에 조정됩니다. 하나는 '분화(segregation)'로,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들이 서로 긴밀히 묶여 전문화되는 경향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통합(integration)'으로, 서로 다른 네트워크 간 연결이 강화돼 정보가 보다 효율적으로 교환되는 특성을 말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10대와 20대에는 이 두 특성이 함께 조정됩니다.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들은 더 단단히 묶이고, 동시에 서로 떨어진 영역들 사이의 연결도 정교해집니다.

연구에서 특히 주목된 지표는 '스몰 월드니스(small worldness)'였습니다. 이는 네트워크 효율성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정보가 최소한의 경로로 빠르게 전달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 지표는 30대 초반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방향을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2세 전후가 하나의 전환점이 된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10대와 20대가 연결을 넓혀가는 시기라면, 30대 이후에는 그 연결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시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또 인간의 뇌가 생애 전반에 걸쳐 여러 차례 구조적 전환점을 맞는다고 밝혔습니다. 대략 9세, 32세, 66세, 83세 전후입니다. 32세가 성인기 초입의 전환점이고, 66세까지는 뇌가 안정된 시기, 이후 83세까지는 초기 노화의 경계에 해당합니다. 이는 뇌 변화가 20대에서 멈추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방향을 바꾸며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신경가소성…뇌는 멈추지 않는다

뇌는 나이가 들수록 변화 폭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완전히 고정되는 기관은 아닙니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개념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평생 새로운 연결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고강도 유산소 운동, 외국어 공부, 체스 등 뇌에 자극을 주는 활동은 신경 연결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만성 스트레스는 이러한 변화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20대가 연결을 넓혀가는 시기라면 30대는 그 연결을 다듬는 시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또 다른 전환점은 이어집니다.

콘크리트도 완전히 굳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뇌 역시 한 시점에 완성되는 기관이 아닙니다. 나이를 기준으로 가능성을 재단하는 건 섣부른 일일 수 있습니다. 새학기가 다가옵니다. 가장 변화가 필요한 건 태도가 아닐까요?

이슈&트렌드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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