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는 지금]벤처투자도 AI가 한다…'투자 검토 1주일로 단축'

인간 심사역 판단과 일치율 87%
더벤처스·빅뱅엔젤스·MYSC 도입

인공지능(AI) 열풍이 벤처캐피털(VC) 업계에도 불고 있다. AI 심사역을 투자 프로세스에 도입하며 투자사 심사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AI 심사역 이미지/사진=구글 제미나이

6일 VC 업계에 따르면 초기 기업 전문 투자사 더벤처스는 지난해 6월부터 AI 심사역 '비키'를 도입해 투자 검토 업무를 하고 있다. 뱅크샐러드 공동창업자(개발자) 출신의 황성현 심사역이 주도해 비키를 개발했다.

AI 심사역의 최대 장점은 속도와 효율성이다. 더벤처스에 따르면 통상 1~3개월 걸리던 투자 검토 과정을 짧게는 일주일로 단축했다. 투자심사 보고서 작성 등 문서 작업 시간 역시 기존 4~5주에서 일주일 정도로 기존 대비 75~80% 절감했다. 일례로 더벤처스는 연말 투자사들이 통상 셧다운하는 크리스마스 주간에 식물성 바이오 딥테크 스타트업 '두리컴퍼니'를 발굴해 빠르게 투자를 진행했다.

비키의 판단은 인간 심사역과 약 87.5%의 일치율을 보인다. 특히 딥테크·바이오 분야 등 심사역의 배경지식을 크게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가령 기술적 난도가 있어 인간이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을 AI가 해석해 발굴한다. 더벤처스는 비키를 통해 포트폴리오 관리, 후속 투자 매칭, 빠른 피드백을 통한 딜 소싱 등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AC)인 빅뱅엔젤스도 지난해부터 자체 개발한 AI 심사역을 업무에 점진적으로 도입 중이다. 권혁찬 빅뱅엔젤스 부대표는 "빅뱅엔젤스는 팁스(TIPS) 프로그램 운영사이기 때문에 이메일만 하루에 30통 가까이 오는데 이에 대한 필터링을 자동으로 하고 답장하는 것부터 IR 자료 및 투자 가능성 분석 등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팩트 투자사 엠와이소셜컴퍼니(MYSC)는 자체 개발 AI 심사역 '메리'를 도입했다. 메리는 기업의 비즈니스 데이터를 분석해 요약본을 만들고 투자 검토 단계에서도 MYSC 운용 펀드 중 적합한 재원을 추천하는 역할을 맡는다.

업계는 인간과 AI 심사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부대표는 "경쟁력 분석은 AI 심사역이 훨씬 더 정교하고 빠르게 할 수 있겠지만, (창업) 프로그램 운영이나 컨설팅에 있어서는 인간 심사역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라며 "주니어급에서 하는 시장조사 등은 AI 심사역이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더벤처스 역시 AI 심사역이 서류 등 표면적인 지표 검토에 대한 시간을 줄이면 인간 심사역은 리스크 대비 리턴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 창업가의 기업가 정신 판단,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레퍼런스 체크 등을 맡는다.

해외 VC업계에서도 투자 심사 과정에서의 AI 활용은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초기 창업 투자사 '퍼스트 라운드 캐피탈'에 근무하는 시드 라즈가르히아(Sid Rajgarhia)는 팔란티어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VC 업계에 AI를 도입했다. 퍼스트 라운드 캐피탈은 AI를 통해 투자를 결정한 1%의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하지 않은 기업들까지 모니터링 해 심사 정확도를 높였다. 또 AI는 이전에 투자한 기업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유사한 사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투자 결정에 대한 피드백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포브스가 소개한 또 다른 사례인 오픈AI가 출시한 '딥 리서치'는 투자 결정을 내리는 투자위원회에까지 진출했다. 딥 리서치는 투표 패턴을 분석해 투자자들 간 의견이 불일치한 영역을 구별해 투자위원들이 딜 평가 시 주요 논란 요소에 집중할 수 있게 해 투자를 더욱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돕는다. 또 VC가 받은 이메일을 분석해 만날 창업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한편 연도별 금융 AI 특허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특허 분석을 통해 살펴본 금융투자업의 AI 활용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5년 약 20건에 불과하던 연간 출원 수는 2023년 약 380건으로 늘어났다. 김진영·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는 금융투자 서비스 영역에서 AI 활용 시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금융 산업이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혁신을 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증권자본시장부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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