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율기자
박승욱기자
김대현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민간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에 투자한 국내 상장 벤처캐피털(VC)의 주가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스페이스X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AI 데이터센터용 위성' 100만기 규모의 발사 승인을 신청하고, 인공지능(AI) 기업 xAI와의 합병 소식까지 겹치며, 선제적으로 모험자본을 투입한 VC들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직전 거래일 대비 5100원 급등(상한가)하며 2만2100원으로 마감했다. 아주IB투자도 635원(14.19%) 오른 51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들 VC는 모두 스페이스X에 투자를 단행한 국내 대표적인 투자사들로 꼽힌다. 최근 스페이스X 테마주로 부각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 중순 상장 계획이 구체화하면서다. 이번주엔 스페이스X가 우주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최대 100만개 위성의 발사 허가를 미 FCC에 요청하고, xAI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와 xAI 합병 시 우주 AI 데이터센터 건설이라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며 "합병 후 IPO에 돌입하면, 스페이스X가 단독으로 상장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경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우주 관련 산업은 정부 지출과 민간 부문의 투자 확대에 힘입어 고성장했고, 올해에도 우주 기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위성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대한 지출, 우주 장비 및 분석에 AI 통합, 그리고 스페이스X의 IPO 전망이 올해 투자 모멘텀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래에셋그룹은 2022~2023년 그룹 차원에서 스페이스X에 총 2억7800만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조성한 펀드에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계열사·리테일 자금이 출자자(LP)로 참여하는 구조였다. 특히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 상승이 투자자산 가치 재평가로 직결되는 구조를 갖춘 투자사로 꼽힌다.
올해는 스페이스X 외에 국내 주요 포트폴리오에 대한 투자금 회수(엑시트) 기대감도 크다. 미래에셋벤처투자가 2019년 창업 초기부터 투자한 맞춤형 반도체(ASIC) 전문 기업 세미파이브는 지난해 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 당시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지분율은 10.01%였으며, 이후 지분 3%를 매도해 약 300억원을 회수했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AI 기반 광고 솔루션 기업 몰로코(Moloco)도 증권사의 이목이 쏠린 투자사 중 하나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몰로코에 총 723억원을 투자했다. 증권가에선 몰로코 회수 시 300억~850억원 수준의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준석 한양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벤처투자는 몰로코의 향후 해외 상장 또는 대형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거래를 통한 회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며 "특히 글로벌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금 회수는 단일 거래 기준으로도 성과보수 확대에 유의미한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 관계자는 "올해 안에 몰로코의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상장 시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 등도 본격적인 회수 국면에 진입해 있다.
아주IB투자는 미국 자회사 솔라스타벤처스를 통한 글로벌 투자에서 두각을 보인다. 스페이스X 투자 역시 솔라스타벤처스의 실리콘밸리 지점을 통해 진행됐다. 구체적인 투자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주IB투자는 스페이스X IPO가 현실화할 경우 10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이스X 외에도 솔라스타벤처스를 통해 미국 바이오기업 아셀릭스(Arcellx)에 2019년부터 총 16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아셀릭스는 난치성 다발성 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CAR-T 치료제 개발로 주목받는 기업이며, 2022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공모가가 15달러였던 주가는 최근 약 70달러로 5배가량 상승했다. 아주IB투자는 아셀릭스 회수 작업을 마무리할 경우 8배 이상의 멀티플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포트폴리오 중에선 지난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던 숙박·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눈에 띈다. 아주IB투자는 야놀자가 포함된 '아주좋은PEF' 등 성과보수 수익이 발생하는 펀드를 중심으로 회수 전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야놀자는 목표 기업가치인 10조원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상장을 연기했는데, 아주IB투자의 잔여 투자원금은 350억여원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