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히는 줄 전혀 몰랐다'…스마트 안경 '몰카' 기승

대화 중 불법촬영 피해... 틱톡 등에 공유까지
"여성 안전보다 기업 이윤 우선시해" 지적도

전 세계 곳곳에서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불법 촬영 피해 사례가 잇따르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영국 BBC는 영국·미국·호주에 거주하는 여성 7명이 스마트 안경으로 자신도 모르게 촬영된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되면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딜라라(21)는 런던의 한 매장에서 말을 걸어온 남성과 대화를 나눈 뒤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남성이 착용한 스마트 안경을 통해 그대로 촬영되고 있었다. 해당 영상은 틱톡에 게시돼 조회 수 130만 회를 기록했고, 딜라라의 연락처까지 그대로 노출됐다. 이후 딜라라는 수많은 전화와 메시지에 시달렸고, 심지어 낯선 남성들이 직장까지 찾아오는 피해를 입었다.

또 다른 피해자 킴(56) 역시 잉글랜드의 한 해변에서 다가온 낯선 남성에게 직장, 인스타그램 계정 등 개인정보를 공유했다. 이 남성 역시 스마트 안경으로 몰래 촬영 중이었으나, 킴은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킴의 영상은 틱톡에서 690만 회, 인스타그램에서 10만 개의 '좋아요'를 얻었다. 이후 킴은 남성들로부터 수천건의 성희롱 메시지에 시달려야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메타의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을 착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BBC 조사에 따르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는 이와 유사한 영상 수백 개가 확인됐다. 해당 영상의 대부분은 남성 인플루언서들이 스마트 안경을 이용해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딜라라는 틱톡에 해당 사실을 신고했지만 "위반 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으며, 킴은 촬영 당사자에게 직접 삭제 요청을 했지만 무시당했다. 이에 영국의 여성 인권 단체인 여성 폭력 근절 연합(EVAW)의 레베카 히첸은 "스마트 안경 제조사들이 여성의 안전과 복지보다 이윤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안전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메타)은 2019년부터 안경 제조사 에실로룩소티카와 협력해 스마트 안경을 개발해 왔으며, 2024년 장기 협업 계약을 갱신했다. 메타를 비롯한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은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안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메타는 BBC의 논평 요청에 "촬영 시에는 LED 불빛이 나와 인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피해 여성들은 "촬영 중 어떠한 불빛도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슈&트렌드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