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했는데'…결제 안 한 초등생 사진 게시한 무인점포 업주에 벌금형

"모자이크했어도 주변인 식별 가능 판단"
1심 무죄 판결 파기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지 않고 가져갔다는 이유로 초등학생의 얼굴을 모자이크해 매장에 게시한 업주가 항소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판단은 뒤집혔다.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지 않고 가져갔다는 이유로 초등학생의 얼굴을 모자이크해 매장에 게시한 업주가 항소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

인천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이연경)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무인점포 운영자 A씨(46)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4월 23일 인천의 한 무인점포에서 당시 만 8세였던 초등학생 B군이 아이스크림 1개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간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캡처해 매장 내부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게시된 사진 속 B군의 얼굴은 반투명하게 처리돼 있었으나, 사진 아래에는 '양심 있는 문화인이 됩시다' 등 절도를 연상시키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다.

해당 게시물을 본 손님으로부터 "사진 속 아이가 너 아니냐"는 말을 들은 B군은 부모에게 이를 알렸고, 부모는 업주와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같은 해 5월 4일 B군의 부모는 아이스크림 대금을 대신 지불했다.

문제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B군이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경찰로부터 불송치 결정을 받았음에도, A씨는 같은 해 7월부터 9월 사이 다시 동일한 사진을 매장에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매장이 피해 아동의 학교 인근에 위치해 있었던 점을 주목했다. 얼굴이 일부 가려졌더라도 주변인이나 또래 학생이라면 충분히 특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게시물로 인해 B군이 불안 증세를 보이는 등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아동이 겪은 정신적 충격과 사회적 낙인의 정도를 고려하면 피고인의 책임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만 치중했을 뿐, 피해 아동이 입었을 상처를 성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무인점포 운영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 어려움과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충남 홍성에서는 무인점포에서 물건을 가져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이미지가 외부로 유출된 뒤, 이를 둘러싼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여고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영상은 업주를 거쳐 지인과 학생들 사이로 확산되며 사실상 신상 공개 수준으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절도 예방을 이유로 하더라도 아동·청소년의 얼굴이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영상물을 공개·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슈&트렌드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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