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방위 압박…쿠팡 사태 한미 통상마찰 우려

美 당국자, 잇따라 쿠팡 차별 우려 표시

쿠팡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정부 당국의 조사가 해를 넘겨 지속되면서 한미 통상마찰 우려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와 정치권이 쿠팡을 겨냥해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미국 정관계에서 "차별적 대우"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제20조(수입신고 등) 제2항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2024년 4월2일부터 7월4일까지 수입식품 등을 들여오면서 해외 제조업소의 소재지를 사실과 다르게 신고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건에 대한 적발일은 지난 12일이었는데, 통상 위반 사실이 확인되고 행정처분이 내려지기까지 수개월이 걸린 이전 사례들과 비교하면 쿠팡에는 불과 8일 만에 제재가 내려졌다.

쿠팡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이뤄지면서 쿠팡 사태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최근 방미 일정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김 총리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 직후 국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밴스 부통령이 '미국 기업인 쿠팡이 한국에서 갖는 다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문제가 되는지' 궁금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쿠팡 문제에 대해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료히 얘기했고, 밴스 부통령은 '아마 한국 시스템 아래 뭔가 법적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면서 이해를 표했다"며 "밴스 부통령은 이 문제가 양국 정부 사이에 오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과열되지 않게 잘 상호 관리를 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쿠팡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하고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투자사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한국 정부가 쿠팡을 겨냥한 집중 조사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중재 청구를 제기한다는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 정부의 행위로 투자 손실이 났을 때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법적 구제 수단이다.

앞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19~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나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아니며 통상 문제로 비화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미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타깃으로 과도한 공세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미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의 공동창업자인 조 론스데일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라며 "차별과 괴롭힘은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대응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다루는 국내 정치권과 정부 당국의 대응이 이례적이고 지나치다는 판단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민관합동조사단, 경찰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국세청, 공정위, 서울본부세관 등 10여개 정부 부처에서 쿠팡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 유출뿐 아니라 산업재해 은폐와 탈세, 기업 지배구조 문제, 국내외 정·관계 로비 등 그간 제기된 의혹을 망라한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연말 6개 상임위원회 주재로 쿠팡에 대한 연석 청문회를 개최한 데 이어 여야가 순차적으로 쿠팡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는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국회의 거듭된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쿠팡 측이 사태 발생 초기부터 미온적으로 대처한 데 대한 '괘씸죄'를 묻는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통신사나 중국계 e커머스 플랫폼 등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다른 기업에 대해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이처럼 전방위 조사를 진행한 사례가 없어서다. 쿠팡은 또 지난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제20조(수입신고 등) 제2항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2024년 4월2일부터 7월4일까지 수입식품 등을 들여오면서 해외 제조업소의 소재지를 사실과 다르게 신고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건에 대한 적발일은 지난 12일이었는데, 통상 위반 사실이 확인되고 행정처분이 내려지기까지 수개월이 걸린 이전 사례들과 비교하면 쿠팡에는 불과 8일 만에 제재가 내려진 셈이다.

쿠팡 내부에서도 정부의 '합리적이고 공평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직고용 배송기사인 '쿠팡친구'로 구성된 쿠팡노동조합 측은 "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비호하거나 책임을 축소할 의도는 없다"면서도 "개인정보 보호 책임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제재로 회사 운영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그 결과 현장 배송과 물류센터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져 수많은 소상공인의 판로가 막히는 등 수만 명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의 판단과 결정이 기업만이 아니라 수많은 현장 노동자의 삶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여러 각도에서의 신중하고 균형 잡힌 판단을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유통경제부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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