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송승섭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갑질·폭언·부동산 투기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본 국민들의 판단을 들어보고 결정을 하려고 했는데 기회가 봉쇄돼 아쉽다면서 시간을 두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시한인 21일을 넘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청와대는 보고서 재송부 요청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다만 보수진영 인사 등을 발탁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적 이해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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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에 관한 문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라며 "이렇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 이 후보자에 대해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등)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쉬운 것은 본인 얘기를 공개적으로 들어볼 기회를 갖고, 청문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의 판단을 듣고 결정하고 싶었는데 그것마저 봉쇄돼 본인도 아쉽겠지만 저도 많이 아쉽다"고 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진짜인지 아닌지 가려봐야겠지만, 보좌관에게 갑질을 했는지 안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며 "보수 진영에서 공천을 5번 받고 3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도 아무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던 분"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국민의 힘 등) 자기들끼리만 아는 정보를 가지고 마치 영화 '대부'에서 배신자 처단하듯, 우리가 모르는 것을 공개해가며 공격하면 우리로선 알기 어렵다. 이게 정치인가 현실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이해해달라는 말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통합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일부 용인'은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지지층에서도 이 후보자 발탁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는 한쪽의 대표이지만 당선된 후부터는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 제 확고한 생각"이라며 "기본은 잃지 않더라도,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라고 했다.
이어 이 후보자 발탁을 통 "우리가 편을 갈라서 싸우긴 해도 싸움이 끝났고 이제 모두를 대표하는 통합된 나라로 가야 하고, 그것이 대통령의 중요한 직무인데 필요한 만큼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통합)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 용인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끝난 후 여야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인사청문회를 여는 데 잠정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기재위 관계자는 이날 "자료 제출을 전제로 23일 청문회를 여는 데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자료 제출이라는 조건이 부여됨에 따라 실제 청문회 개최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인사청문회 필요성을 재차 언급하면서 여야가 조건부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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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신천지 등 '정교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며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조직적으로 종교적 신념을 정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얼마나 나쁜 짓이고 위험한 짓인지 모르고 권리인 줄 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라를 지키라고 총을 줬더니 마음대로 쏘겠다며 국민에게 총구를 겨냥하는 반란 행위와도 같다"고 비판했다.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성향이 결합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커진다면서 일부 개신교 목사들의 설교 내용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개신교는 대놓고 조직적으로 하지는 않았는데 최근에는 대놓고 조직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며 "심지어 '이재명 죽이라'고 반복해 설교하거나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며 설교를 하는 곳도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가 있는 개신교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일부 개신교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소개하며 "밭갈이할 때 큰 돌부터 집어내고 다음 자갈과 잔돌을 집어내야지 한꺼번에 다 집어내려면 힘들어서 못 한다. 일단 큰 돌부터 집어낸 다음 자갈을 집어내는 단계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법률을 보완해야 하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도 심하게 제재해야 한다"며 "지금은 너무 처벌 강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 특검 출범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사실상 국민의 힘 등 야당이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속으로는 안 하고 싶은데 겉으로만 하자고 말하는 것 같아 (특검 합의가 될 때까지) 일단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하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안 하는 게 많다. 대표적인 게 대장동 특검인데, 제가 하자고 했는데 안 하고 싶은 사람을 만들더라"라고 설명했다. 특검 출범 전까지 신속하고 지위고하를 가릴 것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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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영수 회담 요구에는 사실상 거절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필요하고 유용할 때 만나야 한다"며 "계속 만나기는 해야겠지만 제가 개별 정당과 소위 직접 대화나 '직거래'를 하면 여야 관계나 국회는 어떻게 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대화하고 추가로 돌파구가 필요하거나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면 그때 만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