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펀드로 주인 바뀌는 1세대 PEF 스틱인베(종합)

미리캐피탈, 지분 25% 보유해 경영권 확보
행동주의 진영과 분쟁 사실상 종료 수순
도 회장 2선 물러나 연착륙 지원
LP 동의 및 임직원 설득 과제로 남아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1세대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한 도용환 회장이 보유 지분 대부분을 미국계 투자사 미리캐피탈에 매각한다. 확고한 최대주주로 등극한 미리캐피탈은 단순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장기 투자자로 스틱인베의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20일 스틱인베는 도 회장이 보유 지분 13.46% 중 11.44%(476만9600주)를 미리캐피탈의 '미리 전략 신흥시장 펀드(The Miri Strategic Emerging Markets Fund LP)'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약 601억원으로 주당 가격은 1만2600원이다. 전날 대비 10% 이상 오른 이날 종가 1만60원 대비 25.2% 높은 가격이다.

'컨설타비스트' 추구 미리캐피탈, 스틱인베 최대주주로

이로써 미리캐피탈의 지분율은 25.0%로 보다 확고한 최대 주주가 된다. 2021년 출범함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미리캐피탈은 자문(consult)과 행동주의(activism)를 결합한 '컨설타비스트'를 표방하며 과격한 경영권 분쟁보다는 투자기업 경영진과 이해관계를 맞춘 동반자적 장기투자를 추구했다. 국내에는 코스닥 상장사 위세아이텍, 지니언스, 유수홀딩스, 가비아 등 중소형사에 주로 투자했다.

미리캐피탈은 2023년 8월 지분 5.01%를 취득하며 처음 스틱인베 주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계속 스틱인베 지분을 사들이며 지난해 말 기준 도 회장 개인을 앞서는 수준까지 불렸다. 해외 상장 PEF 운용사 대비 스틱이 절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이유에서다. 스틱인베 측은 "미리캐피탈은 스틱 측과 회사 발전 방향을 논의하며 스틱인베의 해외 출자자(LP) 모집에도 도움을 주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진영 공격 거세지자 도 회장 '헤어질 결심'

경영권 방어 의지가 굳건했던 도 회장은 지난해부터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지분이 7.6%대까지 늘어나고, 국내 자산운용사 페트라자산운용(5.09%)까지 가세하면서 미리캐피탈을 포함한 행동주의 진영의 지분율이 26%가량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도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약 19%를 훌쩍 뛰어넘는다. 도 회장은 자사주 13%가량을 백기사를 구해 넘기는 식으로 경영권 방어를 시도했지만, 행동주의 연합 측의 반발로 실패했다.

이후 도 회장은 용퇴를 결심하고 국내 주요 금융지주, 대기업 등 다양한 잠재후보를 대상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소통해왔고, 장기적으로 경영할 의사를 가진 미리캐피탈을 최종 대상으로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그간 범 행동주의 진영으로 분류된 미리캐피탈과 손잡을 경우 경영권 분쟁 구도도 종결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 회장, '창업회장'으로 연착륙 지원…LP 설득도

도 회장은 오는 3월 이사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예정이다. 다만 2%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서, 또한 특별 직책인 '창업회장'으로서 스틱인베를 지원할 계획이다. 스틱인베의 운용 철학과 조직 정체성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착륙을 돕겠다는 의미다. 스틱인베는 최대주주 변경에도 펀드 운용, 투자 의사결정 구조, 투자심의위원회(IC) 운영, 핵심 운용 인력 및 조직 체계는 기존대로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출자자(LP)를 설득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통상 PEF 운용사의 경영권 변경은 LP 전원 또는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등 주요 LP들은 미리캐피탈의 국적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펀드 청산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스틱인베 측이 채진호 PE본부 대표 등 기존 경영진이 계속 펀드를 운용하겠다는 확약을 내걸 수도 있다.

증권자본시장부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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