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기자
러시아가 북극항로(NSR)를 국가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과 운영 역량을 결합한 '팀 코리아' 전략으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은 "러시아 현지 핵심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한 '쇄빙의 시간, 현장에서 본 북극 경제의 실체와 기회' 리포트를 발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러시아 북극권 이니셔티브(ACCNI)와 국영기업 로사톰 등 정책 주도층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향후 사업 구조와 민관 협력 모델을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극을 물류·에너지·자원 안보가 교차하는 미래 전략 요충지로 인식하고 있다. 물류 면에서는 수에즈 운하 대비 최대 30% 빠른 항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측면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및 수소 생산 기지 구축을 추진 중이다. 또한 리튬과 니켈 등 이차전지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원으로 북극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러시아는 첨단 기술 확보와 대규모 자본 조달, 복합 프로젝트 운영 노하우 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한국을 단순 투자자가 아닌 첨단 기술과 선진 운영 시스템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포괄적 파트너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쇄빙선 및 배터리 공정 기술과 항만 효율화, 철도·병원 위탁 운영 등 시스템 전반에서 한국의 참여를 강하게 기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선도개발구역(ASEZ)을 통한 세금 감면과 관세 혜택, 자산 동결 방지 및 소유권 보장 등 제도적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EY한영 산업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물류 ▲자원 ▲인프라 등 3대 핵심 의제를 중심으로 협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내륙 하천과 북극해를 잇는 복합 물류 시스템 구축에 따른 소형·특수 선박 건조 분야와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 철도 인프라 사업 등에서 한국 조선·건설업계와의 협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다양한 산업이 얽힌 북극 사업의 특성상 개별 기업의 접근보다는 건설사, 제조사, 금융·자문사 등이 결합한 '팀 코리아' 형태의 컨소시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민관 협력 워킹그룹 발족과 '북극항로 지원 특별법' 등 리스크 경감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영대 EY한영 산업연구원장은 "현재 굳게 닫힌 러시아와의 비즈니스 재개를 위해 양국의 상호 이익을 공유할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업 구조 설계와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지속적인 소통 채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민관이 하나로 움직이는 통합 역량을 통해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 주도권과 제도적 혜택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