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장연 대표 등 체포 '위법'…'국가가 총 1000만원 배상'

현행범 요건 불충족·장애인 편의 미제공 인정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 판결 확정

장애인 이동권 시위 과정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경찰의 조치가 위법이라는 원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국가는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그의 활동지원사에게 총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2023년 7월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역 인근 의사당대로에서 시위 중인 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업무방해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는 경찰의 모습. 연합뉴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박 대표와 활동지원사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지난 15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 사건을 제외한 민사·행정 소송에서 2심 판결에 법리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확정판결에 따라 국가는 박 대표에게 700만원, 활동지원사 A씨에게 300만원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

박 대표는 2023년 7월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가로막아 운행을 방해하며 시위를 벌였다는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가 이튿날 석방됐다. 당시 박 대표를 지원하던 A씨 역시 함께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이후 박 대표는 "현행범 체포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체포가 이뤄졌고 장애인 호송 전용 차량 등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았다"며 "조사를 마친 뒤에도 불법적으로 구금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범죄의 명백성과 체포의 필요성이라는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라며 "공무원들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 등이 체포 전 도로에 있었던 시간이 불과 1분도 되지 않았고 미신고 집회이기는 하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해산 명령 대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봤다.

또 체포 이후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장애인인 박 대표 등을 인도에서 25분가량 포위한 채 방치했고 경찰서로 호송하는 과정에서도 인권을 침해하거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찰이 박 대표를 체포해 조사한 뒤 약 30시간 동안 구금했다가 석방한 점에 대해서도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즉시 석방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국가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역시 1심 판단에 법리적 오류가 없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이슈&트렌드팀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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