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M 2026]같은듯 다른 삼성의 美전략…고객 옵션·韓공장 효율 'UP'

삼성바이오로직스·론자·후지필름
CDMO 빅3, JPMHC서 발표

삼성바이오 "생산 중심은 韓…록빌은 옵션"
론자·후지필름, 30만ℓ 이상 대규모 美 생산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빅3'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론자·후지필름이 나란히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무대에 올라 미국 생산 전략을 밝혔다.

삼성바이오의 록빌 인수…빅3 모두 미 생산 거점 확보

관세, 생물보안법 입법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 분야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이후 론자·후지필름은 30만ℓ가 넘는 대규모 생산능력 구축에 사활을 거는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의 현지 생산 거점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공장 인수를 완료함에 따라 CDMO 빅3는 모두 현지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이들 기업의 합산 생산 능력은 55만ℓ로 향후 증설을 거쳐 75만ℓ까지 확대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즉시 옵션'에 가장 가까운 해법을 택했다. 록빌 생산시설은 현재 원료의약품(DS) 6만ℓ 생산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추가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은 10만ℓ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존림 대표는 JPMHC 메인트랙 발표에서 록빌 생산시설 인수를 두고 "미국 생산 역량 확보의 출발점"이라며 "우리는 한국(송도) 중심의 대규모 생산 플랫폼에 더해, 미국에서도 생산 가능한 선택지를 갖춤으로써 고객사의 공급망 다변화와 리질리언스(공급망 탄력성)를 지원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인수가 미국으로 생산의 무게중심을 확 옮기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에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성격이 짙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호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메인트랙 무대에서 발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후지필름은 30만ℓ ↑ 美서 메가 스케일…삼성 셈법은 달랐다

론자의 해법은 같은 '인수'라도 결이 다르다. 론자는 로슈로부터 캘리포니아주 바카빌 생산시설을 2024년 인수했다. 바카빌 공장은 33만ℓ 수준의 대규모 DS 공장이다. 볼프강 비난트 론자 최고경영자(CEO)는 JPMHC 발표에서 "바카빌을 단순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연한 CDMO 운영을 위해 추가로 5억 스위스프랑(약 9146억원)를 투입해 자동화·유연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후지필름의 전략은 '그린필드(신축 공장)'에 맞춰져 있다. 후지필름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홀리 스프링스 지역 그린필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큰 그림은 명확하다. 2만ℓ 바이오리액터 8기를 1단계로 깔고, 2단계에서 추가 8기를 더해 2028년까지 총 16기(즉 32만ℓ 규모)로 키우는 로드맵이다. 2단계 추가 투자 규모만 12억달러(약 1조7637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 페터슨 후지필름 바이오테크놀로지스 CEO는 JPMHC 발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공장 인수와 관련해 "수요를 바꾸는 사건은 아니다"라는 말로 견제심리를 내비쳤다. 그는 "모든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는 외부 시설을 매입하지 않고 자체 구축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후지필름의 홀리 스프링스 공장은 수요 변화에 맞춰 필요한 블록을 순차적으로 덧붙이는 '모듈러(Modular)' 확장 방식을 택했다. 즉 완성형 대규모 공장을 한 번에 짓는 대신, 공정·설비·유틸리티를 표준화된 단위로 설계해 증설 의사결정이 내려지면 동일한 모듈을 빠르게 추가 투입하는 구조다. 신축 기반의 확장은 장기적으로 품질·운영 표준을 일관되게 가져갈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건설과 밸리데이션(유효성 입증)까지 걸리는 시간이 과제로 남는다. 현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을 유도하고 있지만 수 년 뒤 지정학적 환경은 어떻게 바뀔지 몰라 불확실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송도 집적한 생산능력, 압도적 수익성 배경…CDMO 시총 1위인 이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에 집적한 생산역량은 여타 CDMO를 압도하고 있다. 같은 DS 생산 거점을 만들더라도 설비, 용수·공조 시스템 등 기반 인프라, 품질관리 시스템, 인력, 물류를 한 곳으로 모으면 고정비가 분산된다. 수주가 늘수록 단위당 비용이 더 내려가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특히 건설·에너지·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비싼 미국이나 유럽 공장 보다는 한국 거점 공장의 효율성이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다. 론자·후지필름 등은 미국·유럽·아시아 등 여러 지역에 생산 거점이 분산된 반면 삼성은 록빌과 송도로 생산 역량이 집중돼 있다.

삼성은 4공장 완공 시점(60만5000ℓ)에 이미 세계 최대 바이오 제조 사이트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5공장 가동으로 현재 78만4000ℓ, 2032년에는 138만5000ℓ(록빌 포함)의 '초격차'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거점이 여러 나라나 지역에 흩어져 있으면 기술 이전, 밸리데이션, 품질 관리 등에서 변수가 늘어난다"며 "특히 빅파마들은 DS 계약을 맡길때 현재 생산 능력 외에 추가로 가능한 생산 능력을 보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꾸준히 생산 능력을 늘려 고객사에게 제시할 수 있는 옵션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생산 역량 차이는 시가총액에서도 드러난다. 15일 종가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가총액이 약 90조9617억원이다. 인적분할 이후 '순수 CDMO'로 거듭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재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 중이다. 시총 100조원도 머지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론자는 약 57조원, 후지필름은 약 38조원이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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