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해외여행 경비가 국내여행의 약 7배를 넘어선 가운데, 고환율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장거리·고비용 여행지 대신 일본·중국 등 비교적 가까운 이웃국가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달 여행 조사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25-26 국내·해외 여행소비자 행태의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외여행 1인 평균 총경비는 약 175만4300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여행 1인 평균 경비 23만3300원의 약 7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해외여행 경비는 ▲2022년 211만7000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3년 183만3900원 ▲2024년 175만6400원 등으로 감소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된 직후에는 보복심리가 작용해 비용 부담이 큰 여행도 감수했지만, 최근에는 경제 여건을 고려해 비교적 체류 기간이 짧고 저렴한 아시아권 여행을 선택하는 흐름이 강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해외 여행 부담을 높이는 요인은 원·달러 환율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3일 장중 1470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보고서는 "한때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말이 유행했고, 심지어 '강원도 갈 돈이면 베트남 간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환율과 물가를 고려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공감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그러나 최근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환율은 과거보다 훨씬 더 큰 예산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여행지 선호도도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남태평양·미주·유럽 등 고비용·고물가 지역의 관심도 하락이 두드러졌으며, 특히 미국·캐나다는 환율 부담이 직접 반영돼 감소 폭이 컸다"고 전했다. 동남아 역시 일부 국가에서 범죄·사기 등 치안 이슈가 누적되면서 '가성비 해외 여행지'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픽사베이
상황이 이렇자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해외 노선에 수요가 쏠리는 모습이다. 단거리 노선의 경우 체류 기간이 짧고 숙박비와 현지 체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국토교통부·한국항공협회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선과 국제선 합산 항공 여객 수는 1억2479만3082명으로 전년(1억2005만8371명)보다 3.9% 증가했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코로나19 이전 2019년의 1억2336만명(국내선 3298만명·국제선 9038만명)보다도 1.2% 많은 수준이다.
해외 지역별 국제선 승객을 보면 일본 노선 이용객은 2731만명으로 1년 만에 8.6% 늘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44.8%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엔저 기조가 이어진 데다 소도시를 포함한 노선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도쿄·오사카·교토 등 주요 관광지에 여행객이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요나고·다카마쓰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소도시까지 여행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노선 이용객은 1680만명으로 22% 증가하며 2019년의 91.2% 수준까지 회복했다. 중국의 한국인 비자 면제 조치에 더해 지난해 9월 말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졌고, 중국 항공사들이 저렴한 운임 공세를 펼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일본과 중국에 여객이 몰리며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기타 지역 노선은 3482만명으로 1년 사이 0.5% 줄었다.
한편 보고서는 올해 역시 미국이나 유럽 등 장거리·고비용 국가에 대한 관심도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현실적이지 못한 여행지(장기간·원거리·고비용)는 관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수요) 감소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여행비 지출은 '확대'가 아니라 '조절'의 대상이며, 축소 쪽에 무게가 실린다. 가장 좋은 축소 방법은 원거리·장기간·고비용 국가를 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