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체감 영하 7도 혹한 속 이뤄진 '광주·전남 통합 선언'

5·18민주묘지서 행정통합 공동선언…“즉각 추진”
강기정 “6·3 지선 전 통합” 김영록 “이번 정부는 다르다”
특별법 2월 말 처리 로드맵 제시…시민 찬반 엇갈려

2일 오전 9시.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민주문 앞에는 찬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체감온도는 영하 7도를 웃돌았다. 행사 시작을 앞두고 모인 시·도 관계자들은 외투 깃을 세운 채 자리를 지켰고, 손을 비비거나 발을 구르는 모습도 보였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2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합동참배를 한 후 '통합 지방정부 추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이날 광주시와 전남도는 이곳에서 행정구역 통합을 즉각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광주·전남 대통합 추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통합 지방자치단체 출범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두 단체장은 선언문에는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인 오월 영령들 앞에서 광주·전남 대부흥의 새 역사를 열기 위해 양 시·도의 통합을 즉각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통합 추진 의지와 함께 통합 지방자치단체 설치 특별법 제정, 추진협의체 구성 등 향후 절차도 포함됐다.

이번 행정통합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현장에서 취재하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도 쏟아졌다. 특히 행정통합 논의가 나온 지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빠른 추진 속도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실질적인 통합까지 다섯 달가량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묻고 수렴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제기됐다.

2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민주문 앞에서 광주·전남 주요 인사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보현 기자

이에 대해 강 시장은 정부 의지와 시민 의견 수렴을 통합 추진의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

그는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직접 관련 사안을 언급하며 국민 의견을 묻는 과정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을 보면, 정부 차원의 의지가 분명하다"고 했다.

강 시장의 발언은 앞서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해당 글에서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까지, 쉽지 않아 보였던 광역단체 통합이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며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역 주도 성장'의 새 길을 열어야 한다는 데 국민의 뜻이 모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이어 "통합은 시·도민들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라며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보다, 시·도민들이 통합을 원하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6·3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면 이후 가능성은 희박해질 수 있다"며 "통합 단체장 선출을 이번 지방선거의 우선 목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록 지사는 과거 통합 논의가 중단됐던 배경과 이번 추진의 차이를 언급했다.

김 지사는 "4년 전에도 통합을 추진했지만, 당시에는 중앙정부의 의지가 부족했고, 실질적인 혜택도 없었다"며 "그로 인해 논의가 보류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에서는 행정통합을 적극 권장하고 있고, 공공기관 이전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혜택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며 "시간이 급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관련 용역 결과도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 발언에 이어 '광주전남 초광역특별자치도(광주전남자치도) 설치 및 지역특례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법안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당 차원에서 통합과 재정 충당 문제를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가 이미 구성돼 있으며, 2월 말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한 로드맵이 마련돼 있다.

정 의원은 "서울에서는 광주·전남 지역 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민주당 차원에서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 의견 청취를 위한 토론회 등 후속 논의도 서울과 광주·전남 지역에서 준비하고 있으며, 광주·전남 관련 특별법이 먼저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정통합 선언에 대해 만난 한 시민은 "(광주시의회가 추진한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대체로 찬성한다는 설문 결과가 긍정적으로 느껴진다"면서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함께 들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만큼 잘 조율되길 바라고,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논의가 느린 속도로 흐지부지되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는 이번 행정통합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하고 있다.

한 주민은 "주민투표 없이 성급하게 통합을 추진하는 데에는 반대한다"며 "여론조사에서 찬성 비율이 높게 나왔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도민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논의 과정과 내용이 충분히 공유되고,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남팀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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