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기자
"청렴하게 살다 가난하게 떠났도다."
스코틀랜드 출신 이민자인 앤드루 카네기(1835~1919)는 1901년 자신이 세운 카네기 철강회사를 J.P. 모건에게 매각하며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동시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자선가로 기억된다. "부자는 죽기 전에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평생 재산의 90% 이상을 기부했다. 전 세계에 2500곳이 넘는 카네기 도서관을 세웠고, 카네기 멜런 대학교와 뉴욕의 카네기 홀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부를 쌓는 것보다 어떻게 나누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은 현대 자선 사상의 기초가 됐다.
앤드루 카네기. 게티이미지
이 책은 카네기가 부를 축적하고 나누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는 스코틀랜드 던펀린에서 방직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직공을 여럿 거느리며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했지만, 산업혁명의 파고는 이를 오래 두지 않았다. 증기 동력으로 리넨을 대량 생산하는 시대가 열리며 수공업은 급속히 쇠락했다. 열 살 남짓한 카네기는 부모를 따라 미국 피츠버그로 건너가 방직공장에서 실을 감는 '보빈 보이'로 일했다. 주급은 1달러 20센트에 불과했지만, 그는 그 노동 속에서 일의 가치를 발견했다. "노예처럼 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힘들었지만, 분명한 이유와 목표가 있었기에 그저 노역이 아니라 숭고한 노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잦은 이직은 더 넓은 기회로 이어졌다. 14살에 피츠버그 전신국에서 전보 배달부로 일하던 그는 모스 부호를 독학해 전신 기사가 됐고, 이는 다시 펜실베이니아 철도회사 사업부 책임자로 자리를 옮기는 계기가 됐다. 철도회사에서 명성을 떨치던 토머스 스콧은 카네기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주식 10주(500달러 상당)를 살 수 있는 기회를 제안했다. 카네기는 800달러짜리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했고, 매달 1%(5달러)의 배당금을 받았다. 노동 없이도 수익이 발생하는 경험은 그에게 자본의 의미를 실감하게 했다. "노동하지 않고도 돈을 손에 넣는 경험은 나와 친구들 모두에게 새로웠다. 자본에서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그만큼 신기한 개념이었다."
오늘날 사회는 가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이른바 '금수저'를 동경하는 분위기가 짙다. 그러나 카네기는 "젊은이가 물려받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가난"이라고 말한 제임스 가필드 미국 대통령의 신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가난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부를 얻고, 빈손으로 출발한 이가 가장 멀리 간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 속 위대한 순교자와 발명가, 정치가와 시인, 사업가 가운데 백만장자나 귀족의 자녀는 드물었다며, 선하고 훌륭한 인물 대부분은 가난한 오두막에서 태어났다고 강조한다.
카네기는 인간을 네 부류로 나눈다. 첫째는 의식주 해결을 인생의 목표로 삼으며 "가난하지도, 지나치게 부유하지도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이다. 둘째는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부자가 되려는 이들로, 목표는 오직 '백만장자'다. 셋째는 재산과 행복을 포기하는 대신 명성을 택한 사람들로, 돈보다 명예를 중시하는 예술가와 정치가, 법관들이 여기에 속한다. 넷째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가난에 낙담하지도, 부를 얻었다고 으스대지도 않는다. 오직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맡은 책임을 다하려 애쓴다. 카네기는 이 네 번째 유형을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제시한다.
그는 현 사회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진보론자들의 주장에도 비판적이었다. 개인주의와 사유재산, 부의 축적, 경쟁의 원리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한 체제 가운데 가장 나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카네기는 철저한 보수주의자였다. "우리는 인류 전체의 이익을 증진해 온 현재의 사회 체제를 인정하는 것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카네기는 돈으로도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 대상은 '나'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어야 한다. 그는 지역 사회가 스스로 시설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의지가 있을 때,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기부는 오히려 해악을 낳고 개인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인다. "우선 대학과 도서관을 설립하거나 지원하라. 학문과 지식은 아무리 지원해도 모자라다. 병원과 의료 연구기관, 공원과 문화 공간, 공연장과 체육 시설도 좋은 선택이다. (중략)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다."
세계적인 부호이자 기부의 상징으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물질만능주의가 심화된 오늘날 그의 메시지는 오히려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부담 없는 분량과 깔끔한 구성 덕분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어떻게 부를 얻을 것인가 | 앤드루 카네기 지음 | 페이지2북스 | 204쪽 |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