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은폐 의혹'까지 소환…김범석 정조준, 쿠팡 전방위 압박

30~31일 국회 연석 청문회 돌입
김 의장 불출석에 정치권 질타
노동자 보호 실태·불공정 거래 등
범부처 전방위 조사 예고
개인정보 유출 피해 보상안 실효성 지적도

3370만 고객 정보 유출로 시작된 쿠팡 사태가 산업재해와 탈세, 불공정 거래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한 달 만에 발표한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사과문과 1조6000억원 규모의 보상안마저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정부여당은 김 의장을 겨냥해 영업정지와 사법처리까지 예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3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린 쿠팡 청문회에는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했다. 국회는 쿠팡 전·현직 임원 등 17명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핵심 증인인 김 의장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종 책임자이자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김 의장의 불출석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추가 출석 요구와 고발을 비롯해 가능한 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도 "김 의장을 비롯해 이번 청문회의 핵심 증인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을 통보해 국회가 이미 합의로 고발 조치에 나선 상황"이라며 "국정조사를 반드시 추진하고 동행명령 등 강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연석 청문회에서는 쿠팡의 산재 축소 의혹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안호영 의원실이 이날 공개한 쿠팡의 '사고자 병원 진료비 지급 가이드'에는 쿠팡이 산재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이른바 '공상처리'를 유도한 정황이 담겼다. 해당 문건에 '병원 진료비는 일반처리로 진행함'이라는 쿠팡 내부 지침이 포함돼 있는데 개인이 병원비를 부담하는 일반처리는 산재 처리와 달리 의무기록지 등에 업무 중 사고 사실이 남지 않는다.

쿠팡 측은 해당 문건의 질의응답(Q&A) 항목에서도 '일반 처리되지 않은 영수증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일반처리로 변경하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답했다. 명백한 업무상 사고임에도 산재 처리가 아닌 일반처리를 유도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산업재해 발생 은폐 금지 및 보고 등)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안 의원 측은 설명했다.

안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쿠팡에서 적발된 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 위반 건수는 총 10건에 달한다. 이는 노동부 감독에 따른 적발 건으로, 밝혀지지 않은 위반 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의원실 측은 덧붙였다.

서울경찰청도 2020년 대구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사망한 고(故) 장덕준씨 사고와 관련해 쿠팡의 산재 은폐 의혹을 직접 수사한다. 앞서 택배노조 등은 지난 23일 김 의장을 증거인멸교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김 의장이 '고인이 열심히 일한다는 기록을 남기지 말라' '휴게시간을 부풀려라'라고 지시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했다는 취지다.

정부도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팀장으로 하는 '쿠팡 사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 원인 규명부터 이용자 보호, 노동·물류 문제까지 두루 조사하고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사고 원인과 쿠팡 보안 문제점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 규모·범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금융위원회는 부정 결제 가능성·고금리 대출 관행 등을, 경찰청은 압수물 분석, 국제 공조를 통한 피의자 검거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보 도용 여부와 소비자의 재산상 손해 발생 우려, 쿠팡의 피해 복구 조치 등을 고려해 영업정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오른쪽) 등 증인과 참고인들이 청문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강진형 기자

이와 함께 공정위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복잡한 쿠팡 탈퇴 절차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및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 중이다. 노동부는 쿠팡의 야간 노동·건강권 보호조치 실태를 점검하고, 국토교통부는 쿠팡 종사자 보호를 위해 국회 을지로위원회와 합의안을 조속히 마련키로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쿠팡이 전날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전 회원을 대상으로 5만원씩,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구매이용권(할인권)을 지급하는 보상안을 제시한 데 대해서도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시민단체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참여연대는 "할인이 아니라 마케팅비의 지출이고, 이마저도 결국 매출 확대를 통해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했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에 구조적으로 접근 가능했던 중대한 사태의 책임을 축소하고, 여론 무마용 이벤트로 변질시키는 것"이라며 "이 같은 조치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으로 수락을 거부한다"고 반발했다.

유통경제부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정치부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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