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철희 교수 '낳은 아이와 청년 잘 지키는 사회, 출산장려만큼 중요한 일 아닐까요'

이철희 교수 '인구에서 인간으로' 출간
결혼·출산 지표 반등 일시적 현상일 것
출생아 감소 현상 '선택의문제'로 분석

2024년 출간한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를 통해 인구 변화가 초래할 한국 사회의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경고했던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신간 '인구에서 인간으로'에서 다시 한 번 저출산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이번 책은 출생아 감소라는 현상을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구조적 원인과 선택의 문제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책 '인구에서 인간으로' 저자인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저자 제공

이 교수가 제시한 핵심 분석은 출산율 하락의 원인에 대한 비교다.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결혼 감소와 기혼자의 출산율 감소로 나눠보면 한국은 전자가 결정적인 반면 서구 국가들은 후자의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국의 장기적인 출산율 하락은 아이를 덜 낳아서가 아니라 결혼 자체가 줄어든 데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이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여전히 결혼 이후 자녀를 갖는 사회"라며 "비혼 출산이 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혼인한 부부에게서 태어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25~29세 여성의 기혼 비율은 1990년대 초 85%에 달했지만 현재는 40%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1992~2023년 출생아 수 감소의 약 4분의 3이 결혼 감소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엄밀한 분석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저출산은 반드시 부정적인 현상일까.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2019년 방한 당시 "인구가 줄면 이를 부양하기 위한 자원 수입 부담도 줄어드는 만큼 반드시 단점만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교수 역시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출산 의지가 있음에도 사회적 장애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못하는 현실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출생아 수 급감은 인구 구조 변화 속도를 높여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키우고 결국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고 경고했다. 자발적 선택으로서의 저출산과 선택의 여지가 없는 환경이 만든 저출산은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결혼과 출산 지표가 소폭 반등한 현상에 대해서도 그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출산휴가 확대 등 정책 효과를 원인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시기에 미뤄졌던 혼인이 2021년 이후 한꺼번에 이뤄지며 출생아 수가 함께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보육 지원 강화의 영향이 일부 있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전망은 밝지 않다. 그는 "아이와 함께하는 삶에서 느끼는 행복에 대한 선호 자체가 크게 낮아졌다"며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반등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혼 출산 확대 역시 개인의 선택과 인권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출산율 제고 효과에는 회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인구정책의 목표로 '선택의 자유 확대'와 '삶의 질 유지'를 강조한다. 출산 장려 못지않게 이미 태어난 아이와 청년을 잘 지키는 사회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줄어드는 아이들과 청년이 귀한 존재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저출산 완화이자 인구 변화 시대에 대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문화스포츠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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