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는 것보다 저렴'…미국 Z세대가 영화관 가는 이유[세계는Z금]

(43)Z세대, 올해 평균 6.1회 극장서 영화 관람
"휴대폰서 벗어나 오프라인 몰입 원해"
"영화, 안정적인 만족감 제공하는 선택지"

편집자주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문화와 트렌드를 주도하며,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Z금]에서는 전 세계 Z세대의 삶과 가치관을 조명하며, 그들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올해 미국 젊은층을 중심으로 영화관 이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외식 및 주점 이용 비용이 비싸지자 영화관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지'로 급부상한 것이다. 월 구독료를 내면 영화를 여러 편 관람할 수 있는 극장 멤버십 제도가 확산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美 Z세대, 영화관으로 회귀 중"

영화관. 픽사베이

최근 미국 영화업계 단체인 시네마 유나이티드는 '극장 상영이 가진 저력'(The Strength of Theatrical Exhibiti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Z세대는 올해 평균 6.1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했으며, 이는 전년(4.9편)보다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또 Z세대 응답자의 41%가 연간 최소 6회 이상 극장을 찾는다고 답해, 2022년(31%)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경험을 중시하는 Z세대의 성향은 극장 관람으로 연결됐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Z세대는 오프라인 경험을 비롯해 휴대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 집과 직장 밖에서 머무를 수 있는 '제3의 장소'(Third Place)를 원하고 있다"며 "이것이 영화관으로의 회귀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극장 멤버십 제도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대 극장 체인 AMC가 운영하는 '스텁스 A-리스트(Stubs A-List)' 멤버십은 월 20~30달러(약 2만9000~4만3000원)로 일주일에 4회까지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정기구독형 프로그램이다. 구독료만 내면 여러 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어, 청년층에게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선택지로 작용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멤버십 프로그램은 젊은 관객에게 저렴하면서도 자주 극장에 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다"며 "극장 멤버십이 가장 저렴한 선택지는 아니지만, 물가가 오른 상황에선 오히려 합리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칵테일·와인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상징적이던 '1달러 피자'는 이미 사라졌다"며 "이에 비해 영화는 예측 가능한 비용으로 안정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소비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침체된 韓 극장가…올해 '천만 영화'도 부재

한적한 서울의 한 영화관. 아시아경제DB

다만 한국은 관객 이탈이 계속 진행 중으로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5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극장 매출은 4079억원, 관객 수는 4250만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2%, 32.5% 감소했다.

특히 한국 영화의 침체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한국 영화 매출액은 2038억원으로 43.1%(1545억 원) 줄었고, 한국 영화 관객 수도 2136만 명으로 42.7%(1594만 명)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극장 대신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일상화된 데다, 기대작들의 부진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관객 1000만명을 넘긴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으며,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범죄도시2', '범죄도시3', '서울의 봄', '파묘' 등 매년 한 편 이상 1000만 관객 영화를 배출했던 흐름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보고서는 "신작 부족과 흥행작 부족으로 영화관 관객 수가 감소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영화관은 단독 개봉, 단편 영화 개봉, 재개봉작 개봉 등 영화관 브랜드만의 특화된 큐레이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며 "애니메이션 마니아, 공포 장르 마니아, 아이돌 팬덤 등 특정 관객층을 겨냥한 단독 개봉을 통해 영화관 관객 감소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기획취재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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