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2026년 미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인공지능(AI) 기대를 바탕으로 한 자산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입니다. 주식시장이 15~20% 하락할 경우 소비는 정체되고, 완만하지만 분명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캐런 다이넌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2026년 미국 경제 전망을 주제로 아시아경제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캐런 다이넌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최근 본지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AI 낙관론이 견인해 온 미국 경제가 2026년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다이넌 교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부 경제정책 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와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한 미국의 대표적인 거시경제 전문가다.
그는 "최근 미국 경제가 AI 투자 확대와 주식시장 상승에서 비롯된 자산 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의 중장기 잠재력에는 낙관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기대가 실제 성과를 앞설 위험이 존재하며 이 축이 흔들릴 경우 소비와 성장 모두 둔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최근 주식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가장 취약한 고리로 지목했다. 고물가로 저소득층 소비는 제약된 반면 상위 소득층의 자산 효과가 전체 소비를 떠받치는 'K자형 소비' 구조가 형성돼 있어, 증시 조정 시 충격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산시장 조정의 충격 강도는 금융 시스템 내부 위험이 어디에 축적돼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다이넌 교수는 "은행 시스템이 비교적 건전하다면 조정은 경미한 침체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만, 위험의 위치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 자체가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2026년 미국 경제의 주요 하방 요인으로는 ▲이민 축소에 따른 노동력 감소 ▲관세발 인플레이션의 시차 효과 ▲경제 정책 불확실성을 꼽았다. 다만 경기 침체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다이넌 교수는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와 부채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단계에 진입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부채 누적이 장기 금리 상승과 민간 투자 위축을 초래해 중장기 성장 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부채 한도를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나 정책 실수 같은 작은 사건이 금융시장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이미 마른 장작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 불씨 하나만으로도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다이넌 교수와의 일문일답.
-2025년 미국 경제는 침체 우려와 달리 견조한 흐름을 보였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2025년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탄탄했다. 핵심 동력은 AI에 대한 강한 낙관론이었다. 기업들은 AI 투자를 확대했고, 주식시장 상승에서 비롯된 이익이 소비로 이어지며 경제를 견인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와 감세 기대가 기업 심리를 뒷받침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26년 미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은.
▲2026년에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AI 투자와 주식시장이 만들어낸 모멘텀이 일부 이어지겠지만 이민 감소와 관세의 인플레이션 유발 및 소비자 구매력 제한, 정책 불확실성이 점차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기 침체 위험은 존재하지만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다.
-경제 성장률과 물가, 노동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한다면.
▲2026년 성장률은 약 1.5%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은 상반기 3~3.5% 수준까지 오를 수 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3%를 소폭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효과는 정치적 압력과 기업들의 선제적 수입 확대로 그동안 지연돼 왔지만, 가격 인상을 미루던 기업들이 일정 시점에 한꺼번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은 2년 전과 비교해 식었지만 당시에는 지나치게 과열돼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급격한 추가 악화 신호는 없다. 이민 감소로 노동 공급이 줄어, 기업들이 감원을 원하더라도 실업률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2026년 미국 경제의 최대 변수이자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무엇인가.
▲자산시장 조정이다. AI의 단기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경우 주식시장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증시가 15~20% 하락하면 소비는 상당 기간 정체될 것이다. 자산 가치 하락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소비 심리 위축이다. 이런 충격이 누적되면 완만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감세 정책과 '관세 배당금' 구상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감세 법안의 전반적인 성장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팁 소득 면세처럼 저소득층에 도움이 되는 조치는 일부 있으나, 상위 소득층 중심의 감세는 소비 확대 효과가 크지 않다. 감세로 인한 재정 적자, 부채 증가가 더 큰 문제다. 1인당 2000달러 규모의 관세 배당금 지급은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와는 상충된다.
-현재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와 부채 문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당장은 경제에 큰 충격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약이 커질 것이다. 부채가 누적되면 정부의 재정 선택 폭은 좁아지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가장 큰 문제는 언제 금융 위기가 발생하느냐다. 어떤 정책 발표나 부채 한도 협상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금융시장 불안과 결합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정확한 시점을 예측할 순 없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질수록 위기 발생 확률이 커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Fed의 금리 경로와 달러 흐름에 대한 전망은.
▲Fed는 경기 침체를 초래했다는 인식을 가장 경계하는 만큼 다소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인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2026년에는 (0.25%포인트씩) 최소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관세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경우, 한 차례 인하 이후 추가 조정은 제한적일 수 있다.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지 않는 한 현재 연 3.5~3.75% 수준의 기준금리가 연 3%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달러화의 경우 미국 경제가 1~1.5%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현재 수준을 대체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성장 둔화 위험이 커진 만큼 달러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1년 전보다 높아졌다.
-최근 논란이 되는 Fed 독립성 훼손 우려를 어떻게 보나.
▲Fed의 독립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0년대 초반 인플레이션이 비교적 빠르게 안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Fed가 결국 인플레이션을 다시 낮출 것이라는 시장의 신뢰가 있었다. 만약 대통령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인식되는 새로운 Fed 의장이 임명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 있고, 이는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