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원기자
대웅과 광동제약이 서로의 자사주를 맞교환하면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상법개정으로 자사주를 의무 소각해야 되기 전에 한발 앞서 수를 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는 현 정부가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주가치 보호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로 평가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자사주 664만5406주(12.7%)를 397억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이 중 230만9151주(4.4%)는 대웅이 취득한다. 취득가는 138억원이다.
대웅도 광동제약 지분 가치만큼의 자사주를 광동제약에 양도한다. 이날 대웅은 자사주 58만1420주(1.0%)를 광동제약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대웅과 광동제약이 서로의 자사주를 교환한 것이다.
이번 자사주 스와프로 대웅과 광동제약의 오너 일가는 각자의 지배력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을 때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생긴다. 서로가 보유한 지분으로 상대 오너 일가를 위한 '백기사'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광동제약은 현재 오너 2세인 최성원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그의 지분율은 6.59%다. 가족 및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18.19%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다만 이번에 대웅이 광동제약 지분 4.4%를 가져가며 최 회장의 우호 지분율은 22.6%까지 높아졌다.
대웅의 최대주주도 오너 2세인 윤재승 CVO다. 윤 CVO는 11.64%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더하면 총 38.06%다. 여기에 광동제약이 가져간 대웅의 자사주 1%가 추가 우호 지분으로 합쳐지게 된다.
이처럼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보를 위한 자사주 스와프는 현 정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주가치 제고 방향과 동떨어진 행위다. 회사 자금으로 사들인 자사주가 모든 주주를 위한 것이 아닌, 오너 등 일부 주주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자사주 의무 소각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자사주를 취득한 날부터 1년 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코스피5000특위는 "특정 주주의 편의를 위해 자사주를 악용하는 낡은 관행과 결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자사주 스와프와 관련해 광동제약은 "대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당사 전문의약품 사업의 비약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며 "나아가 이번 협력을 통한 중장기적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웅은 "각자의 기존 사업 영역을 유지하면서도, 각 사가 보유한 강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단기 성과와 중장기 성장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는 협력 구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최적의 협력 파트너로서 자사주 처분 상대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