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안보고서]美 관세여파…車·석화 이자지급능력 낮춘다

최근 수출 동향·기업실적 반영해 이자보상배율 시산해보니

자동차·기계장비·금속제품·석유화학 재무건전성 '취약'
석화·운송장비·전기전자 유동비율도 '위험' 수준까지 하향

미국발(發) 관세인상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석유화학·기계장비·금속제품 등 4개 업종의 이자지급능력과 유동성 대응능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석화업종의 경우 올해 말 이자지급능력은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이미 위험 수준인 100% 초반까지 하락했다.

국내 한 석유화학공장 전경.

2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의 '미 관세정책이 기업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주요 수출업종 중 자동차와 기계장비, 금속제품, 석화 등 4개 업종에서 올해 말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이 전년 말 대비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수출 동향을 바탕으로 기업 실적 변동을 추정해 시산한 결과다.

상대적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기계장비는 대미 수출 감소로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됐으며, 금속제품과 석화는 글로벌 공급과잉 등 구조적 이슈에 따른 수출 부진이 이자보상배율 하락의 주된 이유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석화업종은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일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주요 수출업종 중 석화, 운송장비, 전기전자의 경우 관세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인 올 2분기말 이미 유동성 대응능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짚었다. 석화업종의 유동비율은 2021년 2분기 133.1%에서 올 2분기 103.2%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기전자 업종도 137.5%에서 107%로 주저앉았다. 운송장비 업종의 경우 108.5%에서 95.5%로 10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150~200%를 안정권으로 보며, 100% 미만이면 유동성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현금성 자산비율 역시 모든 업종에서 하락했다. 운송장비(14.9→9.1%) 하락폭이 5.8%포인트로 가장 컸고, 전기전자 업종의 비율이 올 2분기 기준 5.2%로 가장 낮았다. 석화업종 역시 6.6%로 현금성 자산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구조 역시, 단기차입금 비중이 금속제품(41.4→56.4%)과 석화(35.8→51.9%) 중심으로 상승하는 등 자금조달 구조의 취약성이 증대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준석 한은 금융안정국 안정분석팀 과장은 "관세 부과에 따른 기업들의 재무건전성 저하가 가시화될 경우 금융기관 자산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으나,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일부 수출업종의 신용위험 확대가 부각될 경우,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위축되고 차환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기업의 신용리스크가 유동성 리스크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특히 금속제품, 석화 등 일부 업종은 미국의 관세정책에 더해 구조적 이슈 등으로 이미 대응여력이 약화하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장은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와 경쟁력 강화 노력을, 금융기관은 신용위험 관리에 유의하면서 안정적인 신용공급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당국은 수출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경제금융부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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