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허브' 中 도시의 트럼프 관세 버티기

상호 관세 이후 대미 수출 큰 피해
이우 상인들, 수출 다변화로 대응
영화 같은 '원산지 세탁'도

세계 최대 성탄절 용품 시장인 저장성 이우시가 미국의 관세 때문에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올리면서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이 급감한 탓이다. 이우시 상인들은 유럽으로 수출처를 변경하거나, 관세 회피 목적으로 원산지를 세탁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버티는 중이다.

이우 국제상무성 성탄절 시장. 유튜브 캡처

연말이 가까워지면 이우시 도매시장 '국제상무성'의 성탄절 전용 구역에는 성탄절 트리·장식품·선물용 장난감들이 가득 쌓인다. 성탄절을 기념하는 100여개 국가에 공급될 2만2000여개의 물품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우 국제상무성이 글로벌 성탄절 장식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이우시 국제상무성이 "우리가 없었다면 산타클로스도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라는 표현을 자신있게 내걸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국제상무성은 지난 4월3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미국의 대중 관세는 품목별 최대 200%대까지 올랐다. 현재 대부분의 관세는 내년까지 유예됐으나, 여전히 25%의 기본 관세와 10% 상호 관세, 10% 펜타닐 관세가 존재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 45% 정도를 적용하고 있다.

국제상무성 내 물류센터의 모습. 유튜브 캡처

관세 부과 이후 성탄절 선물, 장식품, 트리 등을 대량 매입하기 위해 이우 국제상무성을 찾는 미국 상인들의 발길은 줄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의 성탄절 관련 상품 수출액은 5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58억달러에서 약 12% 감소했다. 중국의 성탄절 상품 수출에서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향하는데, 높은 관세율 때문에 미국은 이 기간 수입을 9억4000만달러나 줄였다.

이우 상인들은 관세 부과 이후 줄어든 미국향 수출을 메우기 위해 유럽 등 다른 기독교 문화권으로 관심을 돌렸다. 일례로 독일에 대한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 증가했으며, 네덜란드향은 16%늘었다.

지난 4월 관세 부과 이후 이우에서는 상품 제조 원산지 세탁 방법을 홍보하는 영상이 쏟아졌다. 틱톡 캡처

대담한 '원산지 세탁'도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산품의 원 제조지를 속여 관세를 회피하는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전략은 환적이다. 환적은 특정 물품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경유하는 중간 기항지에서 다른 교통수단(트럭, 선박, 기차 등)으로 옮겨 싣는 과정을 뜻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중국 제조업체가 환적 과정 도중 경유국에서 원산지를 바꿔치기하는 일명' 원산지 세탁' 행위를 벌인다"고 전했다.

중국 제조업체가 해외에 두고 있는 공장, 물류 센터가 원산지 세탁에 이용되기도 한다. 이우에서 만든 제품을 해외 공장으로 옮긴 뒤, 현지에서 조립하거나 재가공해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제라드 디피포 랜드 연구소 연구원은 "최종 소비자는 똑같이 미국이지만, 제3국을 통해 이우 국제상무성 제품이 관세를 피해 미국으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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