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안보고서]서울 아파트 시총, 전국 절반 '역대 최고'…달라진 주택시장, 세 가지 특징은

서울 아파트 시총 1817.6조, 비중 43.3%…'똘똘한 한 채' 쏠림↑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거래 확대…월세 비중 60.2%
가계대출·주택가격 간 관계 약화…자기자금 활용 주택매입 확대
정부, 실효성 있는 주택공급 필요…거시건전성정책 일관성 중요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 비중이 전국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서울 쏠림 심화 현상을 월세 증가,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간 동조화 약화와 함께 최근 주택시장의 과거와 다른 특징으로 꼽았다. 이에 '실효성 있는 주택공급' 등 일관성 있는 거시건전성정책 관리 기조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서울 아파트 시총 비중 43.3%…"서울 쏠림, 금융불균형 키운다"

23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올해 11월 말 기준 181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3%로, 전고점(2020년 8월 말 43.2%) 수준을 상회했다. 전체 가계대출(예금취급기관 기준)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9월 말 기준 34.2%까지 상승했다. 이런 주택시장 차별화는 서울 등 선호 지역 주택에 대한 수요 강화, 지역 간 인구 이동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금융안정 보고서 설명회에서 "다주택자 세제 강화로 서울 등 선호 지역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서울 주택에 대한 외지인 매입 비중도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이어지면서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 주택수요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세 지속은 금융불균형 누증 확대 등 잠재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은의 주택시장 위험지수 산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2021년 정점(0.87)을 기록한 후 하락하다가 2025년 이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3분기 현재 0.9로 전고점을 웃돌고 있다. 수도권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면서 전고점에 근접했다.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아파트 시가총액 비율 역시 지난해 이후 서울과 수도권이 크게 상승해 직전 고점에 달하고 있다. 지역 실물경제 규모 대비 주택가격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단 의미다. 서울 중심 주택가격 상승세 지속 등에 중장기적 금융시스템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 역시 올해 3분기 45.4로, 올해 1분기(43.9) 대비 소폭 상승, 장기평균(2008년 이후 45.7) 수준에 근접했다.

임대차시장 60.2%는 월세…취약가계 재무건전성 악화 유의

국내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거래는 늘고 있다.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021년 9월 장기평균을 상회하기 시작한 이후 꾸준히 상승해 올해 10월 기준 60.2%를 기록했다. 아파트 임대차 거래도 전세가 감소하는 가운데 준월세가 이를 대체해 나가는 모습이다. 장 부총재보는 "최근의 월세 거래 증가는 전세 사기 등으로 인한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 부각, 전세자금대출 관련 규제 강화 등으로 월세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월세 비중 확대는 가계부채 축소와 함께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낮춤으로써 금융안정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전세제도는 주거비 부담완화를 통해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등 순기능이 있었으나,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매매시장 변동 요인으로 작용한 데다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갭투자 등을 통해 가격 변동을 확대시키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월세 지출에 따른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일부 취약가계의 재무건전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의 월세 전환에 따른 가구별 주거비 부담(소득 대비) 변동 시산 결과에 따르면, 소득이 낮은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소득 1분위 가구는 전세 거주 시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 17.4%였으나 월세 전환 시(보증금 10% 전환 가정)에는 21.2%로 증가했다. 장 부총재보는 "월세 비중 확대는 저소득층 등 취약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거나 채무상환 부담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전월세 매물 게시판에 매물이 소개돼 있다. 연합뉴스

"상승에 베팅, 영끌 없이도 집 산다"…가계부채 재확대 경고음

최근 과거와 달라진 주택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에도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현상이다. 과거엔 상호 간에 유사하게 움직였던 가계대출과 주택가격 간 관계가 약화하고 있다. 장 부총재보는 "과거엔 주택가격이 상승할수록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나 올해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가계부채 관리 노력 등으로 억제되고 있지만, 서울 등의 주택매매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집값 상승 기대심리 지속, 자기자금 활용 주택매입 등에 따른 결과다.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규제지역 외 다른 지역으로 전이될 경우, 차입 제약이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가계부채 재확대는 주택가격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과거 주택가격 상승기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일부 선호 지역의 가격상승이 시차를 두고 여타 서울과 수도권으로 전이되는 양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 바 있다. 장 부총재보는 "내년 이후 추가적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지면 주택거래가 늘며 가계부채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며 "계속 유의할 필요 있는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등 모습. 연합뉴스

한은은 주택시장의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 거시건전성정책 관리 기조를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부총재보는 "수도권 인구집중 정도를 고려해 거시건전성정책의 방향은 수도권 주택시장과 관련한 금융불균형을 중심으로 설정하는 가운데, 비수도권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당분간 미시적인 보완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주택공급 정책 역시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월세 비중 확대에 따른 취약계층 주거비 부담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수단도 필요하다고 봤다. 장 부총재보는 "중장기적 시계에서 비수도권의 산업·인프라를 확충해 지역 간 주택시장의 불균형을 완화함으로써 비수도권의 주택가격이 안정적인 수요에 기반해 회복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전 지역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에 대해선 "일각에선 규제 완화 필요성이 나오고 있으나, 지금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에 주택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가 확실히 이뤄지고 난 다음에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규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경제금융부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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