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이 흔든 청소년의 뇌, 천연식품 우유가 주는 시사점

청소년의 식생활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유와 같은 천연식품은 식탁에서 점점 밀려나고, 그 자리를 당 함량이 높은 가당 음료, 고카페인 커피류, 그리고 각종 가공 디저트가 채우고 있다. 편의점과 카페는 방과 후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공간이 됐고, 달콤한 맛과 즉각적인 각성을 앞세운 초가공식품은 어느새 일상적인 선택이 됐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기 뇌 건강과 직결된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유는 오랫동안 대표적인 천연식품이자 완전식품으로 불려왔다. 칼슘과 양질의 단백질, 비타민 B군, 인 등 성장기 신체와 뇌 기능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를 인공 첨가 없이 자연적인 형태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타민 B군과 단백질은 신경 전달과 에너지 대사에 관여해 학습과 집중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장기에는 뇌 신경망이 활발히 형성되기 때문에, 자극이 적고 영양 균형이 안정적인 식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반면 최근 청소년에게 익숙해진 초가공식품은 높은 당과 지방, 카페인으로 즉각적인 각성과 만족감을 주지만, 영양학적 균형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식품이 반복적으로 섭취될 경우 신체뿐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연구가 바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UNC) 의과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다.

노스캐롤라이나대(UNC) 의과대학 연구팀은 고지방 가공식품을 섭취한 실험 대상에서, 섭취 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억 형성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해마 부위의 신경세포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이 변화가 기억을 정확히 저장하고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뇌 기능을 방해할 수 있으며, 체중 증가나 비만과 같은 외형적 변화가 나타나기 이전에도 뇌 기능 저하가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가 주는 경고는 명확하다. 초가공식품의 영향은 시간이 쌓여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뇌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직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의 뇌는 이러한 자극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청소년의 집중력 저하, 수면 문제, 정서 불안 등을 식습관 변화와 함께 바라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다시 주목받는 것이 천연식품의 역할이다. 우유는 혈당과 신경 자극을 급격히 끌어올리지 않으면서도 뇌와 신체에 필요한 영양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초가공식품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자극적인 맛에 의존하지 않아도 일상적인 에너지와 영양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성장기 청소년의 기본 식단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양학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어떤 식품을 일상적으로 접하느냐가 평생의 식습관과 건강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며 "초가공식품이 일상이 된 환경일수록, 우유와 같은 천연식품의 존재는 뇌 건강을 지키는 완충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특정 식품을 만능 해결책으로 삼기보다는, 자극 위주의 식생활에서 균형을 회복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 결과는 초가공식품 소비가 일상이 된 현재의 청소년 환경에서 그 경고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뇌 기능은 식단 변화에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하며, 그 영향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누적된다. 천연식품인 우유가 다시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디지털마케팅부 최봉석 기자 mail0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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