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워싱턴DC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반전(反戰) 단체 활동가들의 공개 항의를 받는 소동이 벌어졌다. 베선트 장관은 조롱성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으나 식당 측의 제지가 이뤄지지 않자 결국 자리를 떠났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17일 워싱턴 DC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 코드핑크 활동가의 시위에 항의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미국 뉴욕포스트(NYP)와 인터넷 매체 NOTUS 등 현지 매체는 베선트 장관이 18~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북서부 애덤스 모건 지역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중 반전 단체 '코드핑크(CODEPINK)' 소속 활동가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식당 안에는 다른 손님들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한 여성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고 "발표할 것이 있다. 특별한 손님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위해 건배를 제안한다"며 "경제 전쟁이나 다름없는 제재 정책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굶주리는 동안 평화롭게 식사를 즐기는 이분께 박수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대외 제재 정책으로 인해 "매년 약 60만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베선트 장관을 직접 겨냥해 발언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에 베선트 장관은 식사를 멈추고 와인잔을 들어 올린 채 "당신들은 무지하다. 스스로 얼마나 무지한지도 모른다"고 소리치며 반박했다. 그는 식당 직원에게 여러 차례 시위 중단을 요청했으나 상황이 정리되지 않자 격앙된 상태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을 목격한 기자들은 베선트 장관이 상당히 분노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손님들까지 시위대에 야유를 보냈음에도 식당 주인이 이를 제지하지 않은 데 장관이 충격을 받았다"며 "전문 시위자가 다수의 손님 식사를 방해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베선트 장관 재임 기간 이란 후원 무장세력과 마약 밀매 조직, 이들과 연계된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집행해왔다고 덧붙였다.
코드핑크는 미국의 외교·안보 및 대외 제재 정책을 지속해서 비판해온 단체다. 최근 중국계 억만장자 네빌 싱엄과의 재정적 연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코드핑크의 공동 설립자인 조디 에번스는 싱엄의 배우자로 알려져 있다.
베선트 장관이 식사 중 시위대의 항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워싱턴DC의 다른 식당에서도 유사한 상황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 역시 사적인 외식 자리에서 반정부 시위에 직면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워싱턴DC 지역 특성상, 고위 당국자들이 공적·사적 공간을 가리지 않고 항의를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를 두고 정치적 입장과는 별개로 "누구나 사적인 공간에서 방해받지 않고 식사할 권리가 있다"며 공개적인 '레스토랑 시위'가 예의와 공공질서의 문제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