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서울시가 2030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고도제한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항공 안전과 재산권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절충안 마련에 나섰다. 규제 적용 지역이 확대될 경우 높이 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와 정비사업 차질이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시는 1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김포공항 고도제한 적용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서울시 도시계획과장과 국토교통부 공항운영과장을 비롯해 항공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19일 서울시 주최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김포공항 고도제한 적용방안'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지은 기자
ICAO 고도제한 개정안은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장애물 생성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던 '장애물 제한표면(OLS)' 체계를 완화해 금지표면(OFS)'과 '평가표면'(OES)로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지표면은 항공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절대적 금지구역, 평가표면은 평가를 거쳐 조건부로 개발할 수 있는 구역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김포공항 반경 약 11~13km 구역은 수평표면으로 분류돼 45m·60m·90m 등으로 고도가 제한될 수 있다.
수평표면 60m 제한이 적용되면 17층, 90m 제한이 적용되면 약 25층~30층 높이 이상의 아파트를 새로 짓기 어려워진다. 양천구 목동을 비롯해 영등포구, 마포구, 경기도 부천시, 김포시 등에 새롭게 고도 제한 구역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안은 2030년 11월 전면 시행될 예정으로, 국토교통부와 ICAO가 최종안을 마련 중이다.
이날 토론에서는 개정안 시행에 따른 정비사업 지연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여성우 양천구 도시계획과장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목동신기가지 14개 단지 중 13개 단지가 장애물 제한 평가표면이 확대 지역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평가 대상에 포함되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비용 부담이 발생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을 일괄 적용하기보다 경과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혜민 법무법인 송천 변호사는 "2030년 시행 시점에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사업장은 사업성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등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조합원과 토지 등 소유주의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비구역 지정이 완료된 지역에는 일정 기간 경과규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도 주민들의 이 같은 우려에 공감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거나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에 대해서는 기존 규제를 예외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광구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사업시행인가를 받거나 착공이 이뤄진 사업장에 대해서는 부칙을 통해 기존 법률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며 "다만 항공 안전과 재산권 간 비교형량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강서구와 양천구, 김포시 등 김포공항 인근 지자체와 합동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합리적인 기준안을 마련해 중앙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국토부도 지역 여건을 반영해 제도 개편에 나서겠다고 답변했다. 박상민 국토교통부 공항운영과장은 "양천구 일부 지역은 현재 고도제한 구역 밖에 있어 높이 제한이 없으나 개정안이 적용되면 항공학적 검토 대상 구역으로 새롭게 편입될 수 있다"며 "지역별 변화를 인지하고 제도 개편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여건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