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프랑스에서 환자 30명을 독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마취과 의사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브장송 법원은 전직 마취과 의사인 프레데릭 페시에(53)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그에게 최소 22년 동안 가석방 제한과 영구 면허 박탈 처분도 함께 내렸다.
프랑스의 전직 마취과 의사 프레데릭 페시에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브장송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프랑스 브장송 지역에서 마취과 의사로 일한 페시에는 어린이와 성인 환자 30명을 고의 독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환자 30명 중 12명은 사망했다. 가장 어린 피해자는 4세 아이다. 최고령 피해자는 89세로 알려졌다.
그의 혐의는 2017년 처음 제기됐다. 당시 36세의 한 환자가 척추 수술을 받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는데, 이후 조사에서 수액 팩에서 치명적인 양의 칼륨이 발견됐다. 페시에는 조사를 받은 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지만, 이 사건 이후 현지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고 살인이 의심되는 정황들도 연달아 나왔다.
검찰은 페시에가 갈등 관계에 있던 다른 의료진을 곤경에 빠뜨려 실력에 흠을 내는 동시에 자신의 소생술을 과시하기 위해 다른 마취과 의사의 정맥 주사액을 일부러 오염시켜 응급상황을 만든 뒤 자신이 직접 환자를 소생시켰다고 봤다. 페시에가 유독 응급 상황에 먼저 나서 구급 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페시에는 죽음의 의사, 독살자, 살인자"라며 "그는 모든 의사에게 수치를 안겨줬고, 병원을 공동묘지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페시에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수사가 시작된 후 줄곧 "자신이 한 일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의 변호인은 "범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항소는 10일 내 할 수 있으며, 받아들여질 경우 1년 이내에 재심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