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조유진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예외 없는 25% 관세 부과 포고문에 서명한데 이어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13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와 컨테이너가 선적 대기하고 있다. 2025.2.13. 강진형 기자
최근 정부와 만난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암로)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재정기준을 세우고 구조적 재정개혁을 활성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암로는 19일 발표한 '2025 한국 연례협의' 결과에서 "올해 민간 소비 회복과 견조한 수출에 힘입어 경제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가 올해 1.0%, 내년 1.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는 아세안과 한·중·일 경제를 분석하는 국제기구다. AMRO는 지난 8~19일 미션단이 한국을 방문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한국개발연구원(KDI) 등과 연례협의를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최근 고환율 등으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는 소비자물가에 대해서는 "한국은행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며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서비스 가격 상승은 투입비용 증가에 기인하며, 물가 상승 압력은 계속해서 억제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평균 2.1%를 기록한 후 내년 1.9%로 다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 위험 요인으로는 무역갈등 고조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꼽았다. 암로는 "주요국과의 탄탄한 무역투자 연계는 한국에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이는 무역·지정학적 갈등 고조 시 취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국의 예상보다 급격한 성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충격 재현 등도 한국 경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국내 취약부분은 급격한 서울 주택시장 가격조정 가능성, 소규모 지방 저축은행과 상호신용협동조합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중기적 노동인구 감소로부터 기인한다"고 봤다.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현재 통화 기조는 적절하다면서도 "성장에 대한 하방리스크 확대 시 추가 금리 인하가 고려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생산증가율은 부진하고 물가 상승 압력은 통제되는 가운데 서울 주택 가격 상승세 지속과 환율 상황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예산의 재정 기조는 "채무가 증가하는 가운데 장기적인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재정기준을 설정하고 구조적 재정개혁을 활성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예산의 재정 기조는 대체로 적절하지만, 적정한 재정 여력과 통화 정책 제약을 감안해 당국은 하방 리스크 발생 시 맞춤형 재정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재정신인도 유지를 위해 경제상황 정상화 후 확장재정 등 임시 방안들은 단계적으로 종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암로는 "생산능력을 핵심 반도체 영역으로 다각화하는 것은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일·가정 양립을 개선하는 일터 개혁을 통한 경제활동 참여 확대, 실질적인 퇴직연령 연장, 심각한 인재난을 겪고 있는 업계로의 선별적 인력 유입을 위한 점진적인 이민제도 개편을 포함한 인구정책도 계속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