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명 사망 여객기·軍헬기 충돌에 美정부 '책임 인정'

법무부 "주의 의무 위반해 비극적 사고 초래"

올해 1월29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 인근에서 67명의 목숨을 앗아간 여객기와 육군 헬기의 충돌 사고에 대해 연방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

18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법무부는 이 사고의 한 희생자 가족이 제기한 첫 번째 민사소송에서 이 같은 내용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답변서에서 "미국 정부는 원고들에 대한 주의 의무를 지고 있지만, 이를 위반함으로써 비극적인 사고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미 군용헬기가 워싱턴DC 상공을 날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해당 사고는 지난 1월29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레이건 국립공항 인근 포토맥강 상공에서 발생했다. 당시 육군 블랙호크 UH-60 헬리콥터와 아메리칸 항공 계열 PSA 항공 5342편 여객기가 충돌해 67명이 숨졌다. 헬기 조종사 3명은 고도 조절에 실패해 여객기를 피하지 못했고, 공항 관제사들 또한 여객기에 접근하는 헬기에 관한 경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도 항공교통관제사가 미연방항공청(FAA)의 관련 절차를 위반했고, 육군 헬기 조종사들도 경계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법무부는 아메리칸 항공과 지역 파트너사인 PSA 항공에도 마찬가지로 충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두 항공사는 같은 날 법원에 기각 요청서를 내고 "이 비극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유족들의 생각에 공감하지만, 이는 항공사가 아닌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미국 정부와 아메리칸 항공, PSA 항공을 상대로 이번 소송을 낸 유족 측 로버트 클리퍼드 변호사는 "미국 정부는 이번 충돌로 불필요한 희생이 발생한 데 대한 육군의 책임과 FAA의 항공교통관제 절차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며 "하지만 정부 잘못은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며 항공사들을 겨냥했다.

해당 사고는 최근 20여 년 동안 미 본토에서 발생한 최악의 항공 사고로 꼽힌다. 이 충돌 후에도 작은 사고들이 잇따르자 FAA는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과 국방부 주변에서 헬기 운항을 제한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