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기자
국내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해외 부실 부동산 자산 규모가 2조원에 달했다. 다만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위험에 대비해 부실 자산을 줄이고 있어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이 19일 발표한 '2025년 6월 말 기준 금융회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한 해외 단일 부동산 사업장은 총 31조6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에서 6.56%인 2조700억원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EOD는 채권자(금융기관)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할 권리가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투자금 손실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손절매' 개념이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EOD 규모는 2023년 상반기 말 1조3300억원에서 작년 말 2조5900억원으로 많이 증가했다가 올해 상반기 규모를 줄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부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부실 위험을 대비해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손실을 인식하는 등 부실 정리에 나서면서 올해는 규모가 줄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투자심리 완화 등으로 저점에서 반등하며 회복 양상"이라면서도 "오피스 부문은 공실 부담 및 가격 조정 위험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전체 잔액은 상반기 기준 54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원 감소했다. 금융권 총자산 7488조3000억원의 0.7% 수준이다.
업권별로 보면 보험이 30조4000억원으로 55.7%를 차지했고 은행이 11조4000억원으로 21%, 증권이 7조3000억원으로 13.4%였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33조6000억원으로 61.6%에 달했으며 유럽이 10조2000억원으로 18.7%, 아시아가 3조5000억원으로 6.4%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의 오피스 부문 익스포저가 높은 편이나 총자산 대비 투자 규모가 제한적이고 자본 완충력도 충분해 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작다"며 "특이 동향이 발생했거나 손실률이 높은 고위험 사업장을 중심으로 적정 손실 인식, 감정평가 최신화 등을 유도해 건전성 관리 수준을 제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