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강나훔기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가짜 일 30% 줄이기'를 부처 조직 운영의 핵심 화두로 꺼내 들었다.
김 장관은 17일 세종에서 열린 송년 간담회에서 "가짜 일은 100% 없어지면 가장 좋겠지만, 사람과 일은 완벽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조직이 움직일 수 있는 목표치로 30% 감축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를 구호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내부망에 제보 창구를 개설해 직원들로부터 불필요하거나 형식적인 업무 사례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김 장관은 "부처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라며 "현장의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조직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30%'라는 수치에 대해 "숫자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가짜 일을 전부 없애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지만, 당장 완벽을 전제로 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며 "조직이 공감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출발선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짜 일을 30%만 줄여도 조직은 훨씬 활기차지고, 지금보다 더 중요한 정책 과제에 에너지를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수치를 둘러싸고 해석의 혼선도 적지 않다. 전체 업무 중 30%가 가짜 일이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현재 존재하는 가짜 일의 30%를 줄이자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계량적 분석에서 나온 숫자라기보다는 조직에 문제의식을 환기하기 위한 상징적 목표"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장관 역시 "정확한 산식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가짜 일의 기준도 제시했다. 그는 "국민이 봤을 때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일이 맞느냐는 질문을 받지 않는 것이 기준"이라며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면 야근을 해야 하지만, 관행 때문에 반복되는 형식적인 보고와 보여주기식 업무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이나 국장이 퇴근하지 않아서 직원들이 집에 못 간다는 식의 이야기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장관은 같은 날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와 관련해선 "국민에게 보고하는 자리인 만큼 모든 세부 내용을 나열하기보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어진 시간이 5분인 상황에서 형식적인 설명을 줄이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 전환(AX) 전담 국 신설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AX를 담당하는 전담 국을 만들고, 4개 과가 이를 맡게 된다"며 "이 가운데 일부는 새로 신설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조업 혁신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서 AX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산업부가 이 영역을 본격적으로 책임지고 끌고 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산업부의 내년 역할에 대해 "예산 규모보다 정책을 실행하는 역량과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부처"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의 위상과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직이 커지는 것보다 제대로 일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수출 전망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인식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연간 수출 7000억달러 달성이 이달 말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변동성은 있지만 목표에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