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기자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11조원 규모 미국 제련소가 기존 비철금속 제련과 자원순환 사업을 잇는 해외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전자폐기물에서 금속 원료를 회수하는 고려아연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Pedalpoint)'에서 확보한 재활용 원료를 미국 제련소로 직접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려아연은 17일 미국 정부의 투자와 정책 지원이 병행되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건설과 관련해, 원료 조달 부터 제련과 판매까지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제련소는 국내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축적한 제련 기술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단일 생산 설비를 넘어 비철금속과 전략광물을 함께 생산하는 복합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제련소가 고려아연의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이고, 북미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핵심 축은 현지 자원순환 사업과의 연계다. 고려아연은 2022년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를 인수하면서 설립한 자회사 페달포인트에서 전자폐기물 처리와 이차원료 확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제련소가 가동되면 페달포인트에서 확보한 원료가 제련으로 바로 연결되면서, 미국 내에서 원료 조달과 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가 구축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페달포인트는 인쇄회로기판(PCB) 스크랩과 유휴 정보기술(IT) 자산을 처리하며 은·동 등 유가금속을 회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 폐패널과 웨이퍼, 연·니켈을 포함한 폐배터리까지 수급 범위를 넓혔다. 비철금속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캐터맨(Kataman)을 통해 동 스크랩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
고려아연 비철금속 종류. 오지은 기자
향후 페달포인트는 태양광 폐패널과 폐납축전지 처리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제련소에서 연·은·동·안티모니 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이차원료 공급 기반이 된다. 미국 제련소는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팔라듐·갈륨·게르마늄, 반도체용 황산 등 총 13종의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다수는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에 포함돼 있다.
동 사업 확대도 병행된다. 고려아연의 연간 동 생산능력은 현재 3만1000t 수준으로, 2028년까지 15만t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온산제련소는 2026년부터 동 건식 제련설비를 가동하고, 미국 제련소는 2029년 동 제품 상업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생산 거점을 활용한 동 공급 구조가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는 현지 자원순환 사업과 연계해 원료 조달과 생산을 함께 수행하는 구조"라며 "북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