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시의회 '예산안 정면충돌'…시의회 증액에 '부동의' 재의 요구

'반대' 아닌 '협치' 강조…"세금 낭비 초래”
공은 다시 시의회로, ‘재의 요구’ 진통 예상

영천시(시장 최기문)가 2026년도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발생한 시의회의 예산 증액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동의' 결정을 내리며 시의회와의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영천시는 이번 의결이 법령에 위배된다는 판단 아래 지방자치법에 의거한 '재의 요구'에 나설 방침이다.

영천시청 전경

영천시는 17일, 시의회가 집행부의 동의 없이 증액한 일부 예산안에 대해 법적·재정적 검토를 거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 제142조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때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시는 이번 부동의 결정이 단순한 정책적 갈등이 아닌, 예산편성권자로서의 책임감 있는 판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 관계자는 "증액된 일부 사업은 안정적인 재원 대책이 없거나 사전 행정절차가 미비해 연내 집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대로 예산이 편성될 경우 이월이나 불용액이 발생해 소중한 시민의 세금이 낭비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는 특정 사업의 증액을 위해 기본경비나 경제산업, 생활밀착형 사업 등 민생과 직결된 다른 예산들이 감액되거나 중단된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충분한 검토나 대체 재원 마련 없이 결정된 예산 조정이 오히려 지역 내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천시는 시의회의 심의·의결권은 존중하되, 예산 집행에 따른 법적·재정적 책임은 집행부가 지는 만큼 이번 부동의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내실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한 보완 요청'이라는 입장이다.

시는 향후 해당 사업들의 준비 상황과 재원 대책이 마련되는 대로 추경예산이나 차년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의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정책과 예산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오로지 시민의 삶을 지키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 중단되지 않고, 행정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영천시가 재의 요구를 공식화함에 따라, 공은 다시 영천시의회로 넘어가게 됐다.

재의 요구된 안건이 확정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향후 시와 시의회 간의 치열한 공방과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남팀 영남취재본부 최대억 기자 cd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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