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피해 테라 루나 사태…권도형, 한국 송환 시 처벌 수위는?

미국서 형기 절반 마치면 이송 가능성
형법상 '외국 형 집행 감면' 변수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권도형 씨와 신현성 씨가 공동 설립한 테라폼랩스가 2019년 발행한 디지털 자산 '테라'와 이를 보조하는 디지털 자산 '루나'의 가격이 2022년 5월부터 급락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사건이다. 권 씨는 테라가 미국 달러와 안정적으로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구조가 유지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권도형. 로이터연합뉴스

권 씨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했고, 2023년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 사용 사실이 적발돼 체포됐다. 몬테네그로에 수감된 권 씨를 두고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송환 국가를 두고 결정을 여러 차례 번복한 끝에 권 씨를 미국으로 인도했다.

권 씨에 대한 수사와 소송은 미국과 한국 양측에서 진행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 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2024년 6월 권 씨는 약 46억7800만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환수금과 벌금을 내는 데 합의했다.

플리바게닝(유죄 협상) 과정에서 미국 검찰은 권 씨가 미국에서 형기의 절반을 복역한 뒤 해외 이송을 신청할 경우 이를 반대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권 씨가 미국에서 형기를 모두 마치기 전에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남부지검은 2022년 9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권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둔 상태다.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될 경우 기소돼 재판받을 가능성이 크다. 단성한(사법연수원 32기) 당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권 씨가 한국에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되면 한국 금융 범죄 사상 최장기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금융 범죄 사건에서 확정된 최고 형량은 1조 원대 피해를 초래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주범 김재현 씨가 2022년 7월 대법원에서 확정받은 징역 40년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은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현지 권 씨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권 씨가 한국 검찰의 수사도 받고 있어 중복 처벌의 우려가 있다"며 선처를 요청했지만,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한국 법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추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복역한 후 한국에서 다시 재판받을 경우 선고형은 애초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 한국 형법 제7조는 외국에서 형이 집행된 사람에게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얼마나 포함할지는 담당 재판부 재량이라 한국에서 재판을 다시 받더라도 얼마의 형이 선고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공동 창업자인 신현성 씨에 대한 형사재판 1심은 서울남부지법에서 3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안재명 법률신문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