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서인턴기자
소주 한 잔 수준의 소량 음주도 심장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유전적 특성에 따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사 본문과 무관한 이미지. 펙셀스
고대구로병원은 17일 심혈관센터 이대인·강동오 교수와 고대안산병원 심혈관센터 김선원 교수 연구팀이 대규모 코호트 연구와 무작위 임상시험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소량 음주만으로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알코올 섭취가 일부 심혈관 질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제기돼 왔지만 질환 유형과 음주 패턴, 개인 특성에 따라 결과가 일관되지 않아 해석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소주 한 잔 수준의 음주만으로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심방세동은 뇌졸중과 심부전, 돌연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대표적인 부정맥 질환으로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주당 소주 6~7잔에 해당하는 음주를 한 경우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비음주자 대비 약 8% 높았으며 음주량이 늘수록 위험도 함께 증가했다. 특히 소주 1병을 초과하는 폭음은 위험을 급격히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가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병태생리 기전에 대한 모식도. 고대구로병원
유전적 요인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아시아인에게 흔한 ALDH2·ADH1B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 동일한 음주량에서도 체내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높게 유지되면서 혈관 염증과 심장 전기 전도 이상이 더 쉽게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체질적으로 술에 약한 사람일수록 소량 음주도 위험할 수 있고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이 음주 관련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12g(소주 약 1.5잔)을 넘으면 고혈압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으며 이 같은 경향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 1회 이상 소주 1병(50g)을 초과하는 과음·폭음 습관 역시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선원 교수는 "음주의 영향을 단순한 섭취량 기준으로 판단하던 기존 관점을 넘어 개인의 유전자적 특성과 기저 질환, 음주 패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심혈관 의학 최신 동향(Trends in Cardiovascular Medicine)'에 초청 리뷰 형태로 게재됐다.